[르포] 이상기후에 한해 농사망친 과수농가
7월∼현재 54일 중 33.5일 강수
꼭지무름병 퍼져 전체 30% 낙과
상품성 저하 전년 절반가에 판매

▲ 춘천시 사북면 고탄리에서 17년째 복숭아 과수원을 하는 장광재(55)씨가 꼭지 무름병에 걸려 복숭아가 떨어지고 가림종이만 남은 곳을 걱정스럽게 보고 있다.
▲ 춘천시 사북면 고탄리에서 17년째 복숭아 과수원을 하는 장광재(55)씨가 꼭지 무름병에 걸려 복숭아가 떨어지고 가림종이만 남은 곳을 걱정스럽게 보고 있다.
“올해처럼 작황에 안좋은 날씨가 한꺼번에 몰려와 농사를 망친 해는 처음이네요,추석 대목은 기대도 안합니다.”

여름철 가뭄과 폭염에 이어 폭우에 병해충까지 겹치면서 추석을 한달여 앞둔 과수농가들은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27일 오후 춘천시 사북면의 한 복숭아 농장.1만6528㎡(5000평)의 복숭아 농장을 운영하는 장광재(55)씨는 복숭아를 볼 때마다 한숨이 먼저 나온다.대목인 추석이 한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폭염에 이은 잦은 비에 상품성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1일부터 이달 23일까지 총 54일 중 영서지역에는 33.5일 동안 비가 왔다.이날 농장 곳곳에 널브러진 손상된 복숭아를 정리하던 장씨는 “최근 잦은 비로 꼭지무름병이 퍼지면서 전체의 30%가량이 낙과가 됐다”며 “가뭄과 폭염,장마,잦은 비,병해충 등 작황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조건이 한꺼번에 나타나는 바람에 올해 농사를 아예 망쳤다”고 하소연했다.

복숭아는 고온 다습한 환경이 계속되면 내부 에틸렌 발생량이 증가해 낙과 현상이 발생한다.최근 폭염 속 비가 연일 이어지면서 생육저하 현상이 발생하고 저항력이 약해지면서 낙과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됐다.많은 비가 내리면서 일부 농가들은 조기 수확에 나서기도 했지만 결국 제값도 받지 못했다.지난해 복숭아 1박스(12개) 기준 2만원이던 복숭아는 올해는 절반 수준인 1만2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농민들은 “추석 대목은 커녕 올해는 본전도 못 건질 것 같아 일할 맛이 전혀 안난다”며 “나무에 붙어있는 복숭아도 잦은 비로 수분 흡수가 늘어난 탓에 상품성이 낮아 수확을 포기하는 농가도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재·한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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