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는 인간의 본성을 이야기하면서 우산지목(牛山之木)이라는 말을 동원합니다.사람의 본성은 원래 착하지만 주변의 외물(外物)로 인해 끊임없이 위협을 받는다고 합니다.그 본성은 마치 우산(牛山)이 원래 수목이 우람차고 무성한 숲을 이뤘던 것과 같습니다.그러나 중국 산동 성의 임치(臨淄)라는 대도시를 끼고 있어 쓸 만한 나무를 재목으로 베어가고 땔감으로 찍어 넘기면서 그루터기만 남게 된다고 합니다.

그래도 산은 나무를 베어낸 그루터기에 싹이 돋고 다시 숲이 우거지는 복원력을 갖습니다.그러나 소와 양을 풀어놓아 그루터기마저 남아나지 않게 되면 본래 숲의 아름다움은 사라지고 맙니다.결국 민둥산만 남게 되는 데 이게 우산의 운명입니다.맹자는 우산의 무성한 숲이 벌거숭이가 돼 가는 과정을 사람의 양심에 비유합니다.숲이 퇴락해 가는 것과 인간의 인의(仁義)가 무너져가는 과정을 겹쳐놓고 본 겁니다.

산이 본 모습을 유지하는 길은 자명합니다.남벌(濫伐)을 막고 어쩌다 숲이 훼손됐다고 하더라도 그 싹을 키워 본래의 모습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이를 위해선 나무를 베는 것과 나무가 자라는 것 사이의 뜸이 필요합니다.베는 일이 낮의 일이라면 숨을 고르고 양육의 시간을 주는 것은 밤의 역할일 것입니다.밤낮이 교차하고 음양의 기운이 조화를 이루는 그 요철(凹凸)이 톱니바퀴를 굴리는 이치와도 같습니다.

도끼로 쉴 새 없이 나무를 찍어내는 일과 양심을 잃어버리는 것이 흡사하다고 본 것입니다.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런 일이 다 야기(夜氣)가 부족한데서 오는 현상이라고 합니다.야기란 밤의 기운을 말하는데 어둠이 내리고 만물의 활동이 멈추면서 비로소 생기는 평정하고 맑은 기상을 이릅니다.낮의 시간이 발산하고 소진하는 기운이라면 밤의 시간은 수렴하고 온축하는 영역에 해당한다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우산의 아름다움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것은 도끼질을 멈추는 격절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겁니다.야기가 부족하다는 것은 바로 그 휴지(休止)의 시간을 잃어가고 있다는 경고나 다름없다고 하겠습니다.맹자는 우산의 예를 들어 자칫하면 도둑맞기 쉬운 인간의 본성을 지키는 일을 강조합니다.굳이 보이지 않는 양심을 거론할 것도 없을 것입니다.돌아보면 야기가 부족해 일어나는 사고가 어디 한 둘이겠습니까.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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