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춘   전  공무원
▲ 최종춘
전 공무원
평소 시문(詩文)에 대한 공부를 하다가 퇴직후 글씨쓰기와 한시(漢詩)를 가르치는 문화강좌과정에 등록하여 몇 해가 지났다.글씨의 획을 긋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어서 아직도 서투르고, 한시는 겨우 운과 평측(平仄)을 구분하는 정도지만 이러한 문화활동을 할 수 있는 퇴직후의 생활이 감사하고 즐겁다. 지방자치단체마다 문화원을 설립하고 다양한 문화강좌를 통하여 지방문화창달에 힘쓰고 있으며 또한 복지센터나 여성회관등에서 문화활동지원업무를 겸하고 있어 서예와 문인화, 글짓기등 문화예술과 체력단련 활동을 적극 지원하여 2.3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이 과정에 참여하고있다.이제 경로당에서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는 노인들이 줄었고, 도와 시군에서는 넉넉하지 못한 지방재정중 일부를 쪼개어 문화재단을 설립하여 개인이나 단체의 문화활동을 지원하여 주고 있어 문화예술의 진흥을 위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공로가 지대함을 부인할 수 없겠다.이렇게 행정적,재정적인 지원과 열심히 참여하는 주민이 있으니 전시활동도 활발하여 각종 전시실이 연중무휴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나라의 역사, 문화의 크기는 그 나라 국민들의 역량과 비례하고 그 문화를 꽃피우고 살찌게 한 숨은 공로자가 있음을 안다.예술의 도시라는 이탈리아 피렌체에는 메디치가문(Medici Family)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다고 하며,비엔나가 음악의 도시로 유명하게 된 것은 베토벤,모짜르트등 유명한 음악가가 있었기 때문이라 한다.문화활동을 지원하고 옛 사람들의 예술작품을 제대로 보존하는 것이 지방자치단체와 문화원등 유관기관의 책무고 그 지역의 문화유산이 늘어나게 함으로서 수준높은 문화도시로 커 나가는 것이다.

춘천에서 회원들과 함께 강릉을 두 번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몇 년전 서예회원들 40명이 강릉을 갈 때에는 대관령 반정(半程)에서 옛길을 걷고 선교장,경포대관람과 바다열차승차등으로 나의 고향 강릉문화와 놀 거리의 다양함에 마음이 흐믓하였는데,금년초 한시(漢詩)회원들과 강릉을 방문할 때에는 경포대 누각 안의 한시현판에 새긴 시문과 글씨를 감탄속에 감상하다가 진입도로 양측 자연석에 새긴 경포대와 경호(鏡湖)에 대한 시문과 허난설헌생가 시문 모두 컴퓨터로 출력된 글씨를 보고 문향 강릉에 대한 아쉬움이 많았다.영월 김삿갓묘소 주변의 시문은 자연석에 모두 붓으로 쓰고 새겼다.

춘천주변의 산 정상에 오르면 山이름과 높이를 새긴 표지석이 있는데 모두 컴퓨터 글씨고, 山 이름만이 아니라 교량의 이름도 이제는 모두 컴퓨터 글씨로 새겨서 붙인다.남쪽지방의 산을 오르면 산의 이름을 누군가가 직접 휘호하여 표지석을 세우고 누정(樓亭)안에는 시문현판이 빽빽하게 달려있어 강원도와 영·호남의 문화수준과 질이 다름을 보고 느끼게 한다.

새로 짓는 공공건물의 이름이나 교량의 이름을 지역서예인의 글씨를 받아 세우는 일은 관계기관에서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가능할 것이다.수십억,수백억의 예산으로 공사하는 시설물에 서예인의 글씨 한 점을 받는 사례금이 그 사업에 큰 피해를 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강원도와 춘천시에서 레고랜드로 연결하는 교량의 이름을 공모한다고 한다.한글이든 한문이든 교량의이름이 확정되면 지역서예인(어느 특정인 펀중 보다 고른 선정)의 글씨를 받아서 새겨 달고, 앞으로도 이렇게 지속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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