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것의 중요성은 누구나 알고 강조하는 말이다.너무 당연해서 오히려 무덤덤하게 들리기도 한다.지난 1월 한 차례 연임을 한 뒤 물러난 미국의 오바마 전 대통령도 독서를 강조했다.그는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지난 8년 간 자신이 백악관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밀이 독서에 있었다고 털어놓았다.대통령이라는 엄청난 직무를 수행하면서 중심을 잃지 않았던 것이 바로 독서 때문이라는 것이다.

물론 그가 대통령이 된 이후 갑자기 책을 꺼내든 것은 아니다.대통령의 독서는 학창시절부터 이어진 습관의 연장선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한다.그는 대통령이 된 뒤 하루 일과를 끝내고 잠들기 전 한 시간씩 책을 읽었다.권력자로서 고독과 고립감이 엄습할 때 링컨과 같은 전임자의 전기를 읽으며 마음을 달랬다고 한다.특히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은 직접 베껴서 침실에 두고 소리 내 읽기도 했다고 한다.

그가 퇴임 후에도 성공한 대통령으로 평가를 받고 국민의 지지를 얻는 데도 보이지 않는 독서의 힘이 있었다.미국의 대통령은 전 세계에서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온갖 정보를 받아보고 시시각각 의사 결정을 내려야 하는 자리다.엄청난 결정권을 행사하지만 이에 따른 압박감이 따른다.이게 권력의 명암이다.그는 긴박한 순간마다 속도를 늦추고 냉정을 잃지 않고 생각하는 능력을 독서가 키워줬다고 했다.

원하든 그렇지 않든 숱한 정보를 접해야 하고 뭔가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것이 오바마만의 일은 아니다.한 나라를 책임지거나 큰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에게만 국한된 얘기도 아닐 것이다.군중이라는 이름에 묻혀 살아가는 한 사람 한 사람이 기실 자신의 하루하루를 책임져야 하는 권력자일 것이다.그 권력이 크든 작든 명암이 있고 전적으로 개인의 몫이다.거기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절대성이 있는 것이다.

독서에는 만 가지의 이로움이 있다고 한다.오바마 대통령 또한 독서를 통해 그 나름의 이점(利点)을 살린 것이다.정보는 늘어나고 속도는 빨라지는 세상이다.그 편리가 크지만 격랑에 휩쓸리기 쉽다.범부의 권력과 책임이 오바마의 그것보다 어찌 가볍다 말하랴.9월은 독서의 달이다.오늘부터 사흘 동안 강릉에서는 ‘독서대전’이 열린다고 한다.그의 독서가 누구나 다 아는 생존의 비밀을 새삼 일깨워 준다.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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