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진단] 위기의 지역대, 해법은?

-김헌영 강원대 총장

구성원 사회변화 인식 부족
산업·대학 연계 시너지 효과
지역에 성장동력 제시해야


-김중수 한림대 총장

10여년 등록금 동결 재정악화
교원 상당수 수도권 생활 기반
타 지역 출신 유인책 모색해야


-육동한 강원연구원장

학령인구 감소 피하기 어려워
지역대학 위기 해법은 ‘지역화’
대학·지자체 상생 방안 찾아야



생존 위기에 몰린 지역대학이 처해있는 현실과 이를 극복할 비전을 모색하기 위해 대학과 연구기관의 수장들이 모였다.이들은 지역대학 존립의 필수조건으로 지방분권 시대에 걸맞는 ‘대학의 지역화’를 강조했다.지역대학이 세계적인 명문대학이 돼야 강원도 역시 발전할 수 있다는 ‘상호 지렛대론’을 제시하며 대학과 지자체가 시급히 협의체 구성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또 지역사회와 대학 간의 협력을 강화해 지역과 국가가 필요로 하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융합형 인재를 지역 대학이 배출해야 수도권 대학들보다 경쟁 우위에 설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대학과 연구기관의 수장들이시다.대학이 처한 현실과 고민을 먼저 듣고 싶다.

△김중수:IMD(국제경영대학원)가 세계 63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대학교육경쟁력에서 53위에 랭크될 정도로 낮은 대학교육경쟁력,학령인구 감소로 적정규모의 학생 유지 어려움,10여 년간 지속된 대학등록금 동결에 따른 재정악화·교원사기 등이 문제다.도내 소재 대학의 경우 수도권 대학이 갖추지 못한 지역대학만의 특유한 매력을 아직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교원의 상당수가 수도권에 생활기반을 두고 있어 학교에서의 연구,강의,봉사활동 등에 전력을 다하지 못하는 형국이다.무엇보다 타 지역 출신에 대한 배려가 거의 없다.강원도 발전을 위해서는 강원도 출신 보다는 오히려 타 지역 출신에 대한 별도의 배려가 있어야 강원도 발전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현실은 어떤가.강원학사 등 수도권으로 향하는 도 출신 인재는 지원하면서 그 반대의 경우에는 혜택이 전혀 없다.

△김헌영:학령인구 감소와 더불어 인구 유출이 심각하다.기존의 교육이나 대학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사회는 대학의 변화를 원하는데 대학 구성원들은 이를 절감하지 못하고 있다.교수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그동안 교수들에게 교육과 연구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상담,진로지도,심리상담까지 병행해야 한다.지금 시대가 요구하는 학생지도에 대한 몫은 더 강화됐다.교수들도 당황한다.교육자로서,교수로서의 사명감이 사회구조 변화와 상충될 때 대응이 어렵다.

△육동한 :강원도는 갖고 있는 경제적,인구적 역량에 비해 대학자원이 상당히 많은 도시다.경제가 커지면서 고등교육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대학이 이를 뒷받침 할 수 있으면 바람직하겠지만 학령인구 감소 등 여러 조건들이 바뀌면 인위적인 상황을 피하기 어렵다.이미 대학구조개혁평가,부실대학 정리 등이 진행되고 있지 않는가.도내 대학들이 이런 환경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제대로 준비했는지 궁금하다.

-지역에서 대학 존립을 위한 외적 환경이 갈수록 안좋다.결국 지역과 함께하는 혁신이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 됐다.강원도내 대학들은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육동한:결국엔 대학의 지역화다.이 위기를 발전적인 계기로 전환하고 이를 지속가능하게 할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지역화 밖에 없다.그동안 도내 대학들 상당수는 외지 학생들이었고 대학 스스로도 지역화에 별 관심을 갖지 않았다.하지만 환경이 바뀌면서 대학들도 점차 지역밀착형으로 변화하고 있다.바람직한 현상이다.대학들이 강원도의 모든 산업과 협력하고 흐름을 주도하고,혹은 따라오기도 해야 한다.많은 청년들을 교육하고 지역의 미래를 수임받은 대학의 당연한 의무다.세계 유수대학들도 다 뿌리는 지역이다.

△김헌영:대학의 위기가 수도권보다 지역에 훨씬 더 빠르게 다가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결국 바뀌는 사회변화에 대학이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지역과 대학의 상생을 모색할 때다.지역사회에 역할과 책임을 다하지 않은 대학은 존재할 수 없다.지역사회가 사회구조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 지역사회는 도태되고 이는 결국 지역대학의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진다.

△김중수:수도권 대학과 차별화에 성공해야 한다.연구 활성화를 위한 학계와 지역협력이 더 강화돼야 하고 외국대학과의 교류·연구 협력 및 유학생을 초빙하는 데 적극적이어야 한다.교수들의 연구력 증대로 더 많은 재정적 지원 사업을 확보해야 하고 장기적으로 사회인의 재교육 기회 확충에 대학이 나서야 한다.

-현재 대학에서 추진하는 위기 극복을 위한 구체적인 비전은.

△김헌영:학사구조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 계획이다.정원감축이나 혹시나 폐과됐을 때 학생·교수들을 자유전공학부로 편입,경쟁력 있는 학과로 유입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또 가상융합학과를 개설해 특화·창업학과,지역사회에서 추구하는 산업에 맞춘 학과를 만들어서 학생들이 복수전공·부전공으로 수강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수요가 커지면 정규학과로 전환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통일한국 중심대학을 준비하고 있다.DMZ,통일,안보에 대한 이슈는 강원대가 선점,통일 이후의 강원도와 대한민국을 준비하겠다.

△김중수:앞으로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직업은 5~6개가 될 것이다.학생중심 교육을 바탕으로 한 선진인류대학 도약으로 지역에서도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명문 사학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줄 계획이다.모든 학생이 2개 이상의 전공을 필수적으로 선택하게 하고 융합전공을 신설,새로운 시대환경에 대비하고 있다.또 캠퍼스라이프를 강화해 학생들을 의사결정 과정에 최우선순위에 두고 현재 500여 명인 외국인 학생을 1000명으로 늘려 캠퍼스의 글로벌화도 추진하겠다.

-대학이 사라지면 지역의 경제·사회·문화·교육적 기반도 붕괴된다.지자체는 어떤 관심을 가져야 할까.

△김중수:미국 실리콘 밸리가 스탠포드 대학 없이는 불가능 했듯이 세계적으로 명문대학 없이 발전한 지역은 없다.‘지방분권’이라는 시대적 조류에 역행하는 정책에서 탈피해야 한다.강원을 떠나 수도권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을 지원하는 정책은 중앙집권 정책에 참여하고 싶어하는 과거의 퇴영적 관행을 대변하는 것이다.교육은 대학이 책임지고 캠퍼스타운 여건을 마련하는 것은 지자체의 책무다.타 지역 출신들이 강원도민이 될 수 있는 유인책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김헌영:강원도가 인구유출을 걱정하고 춘천이 지역발전을 고민하는 것은 강원대가 도내 대학들의 맏형 역할을 못했기 때문이다.강원대 잘못이다.강원대가 명문대학이 되면 춘천은 더이상 인구 유출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도로를 새로 만들고 건물을 짓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지역대학을 명문대학으로 만드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지역산업들이 대학과 연계해 이뤄진다면 훨씬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게 분명하다.지자체는 대학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말고 대학 역시 지역에 성장 동력을 제시해야 한다.

△육동한:대학과 상생방안을 찾아야 한다.그동안 지역과 대학의 협력은 형식적이고 1차원적이었다.이제는 지역과 대학간의 협력 관계가 기본적인 재정지원 중심을 벗어날 때가 됐다.지역의 미래,산업,문화,교육 전반에 대해 포괄적으로 협력하고 논의하는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대학과 지자체의 협력 관계가 고차원적이고 다차원적이어야 한다.대학간 논의 구조도 필요하다.대학간에도 긴밀히 협력해 어떤 분야에 대해 갖고 있는 역량과 자원을 어떻게 투입할 때 최적화 될 수 있는지 모색해야 한다.각자도생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정리=오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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