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이사람] 김만구 강원대 환경융합학부 교수
화학물질 노출 여부 연구 핵심
특정 제품·업체 공격 예측 못해
특정 회사와 유착관계설 무관
여성 건강 사회적 논의 의미
정부 유해성 추가 연구 필요

화학물질로부터 여성의 건강을 지키자는 공익적인 차원에서 진행한 연구다.생리대 제품 유해물질이 발견됐으니 이것을 일개 개인이나 단체가 할 게 아니라 정부차원에서 국민건강을 위해 줄여나가야 된다는 취지였다.

여성들의 생활 필수품인 일회용 생리대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논란이 되고 있다.조사한 10개 샘플 모두 유해물질이 확인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여성들은 그동안 속았다는 분노와 함께 “무엇을 써야 되느냐”며 불안감을 함께 표출하고 있다.가장 처음으로 제품명이 거론된 깨끗한나라는 연구를 진행한 김만구 강원대 환경융합학부 교수를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는 등 생리대 유해성 논란은 법적 다툼으로 비화되고 있다.논란의 중심에 선 김 교수를 지난 4일 그의 연구실에서 만났다.

-일회용 생리대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됐다는 연구로 대한민국이 연일 시끄럽다.논란 예상했었나.

“물론이다.20년 전 컵라면을 전자레인지에 돌렸을 때 유해물질이 검출됐다는 연구를 했을 때도 식약처에서는 보도자료를 배포해가면서 ‘아니다’라는 반응이었다.‘김만구 교수 은퇴해라’는 말까지 나왔다.하지만 결국 밝혀지지 않았나.지금도 마찬가지다.우리가 세상을 살면서 화학물질에 노출이 안되고 살 수는 없다.생활환경과학 수업을 할 때도 학생들에게 “너희 몸에서 고분자와 화학물질 빼면 남는게 없을거다”는 말까지 한다.특히 여성들은 본인이 흡수한 화학물질이 모유나 태반을 통해서 태아에게 전달된다.그래서 여성들의 화학물질 노출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특정제품,회사가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예측했었나.

“예상하지 못했다.공격을 받을 수 있어 샘플명을 공개하지 않았다.조사결과는 A,B,C,D로 나갔다.릴리안이 이렇게 공격을 받을 줄은 예측 못했다.3월21일 조사결과로 공청회를 열었다.그 때 조사제품 10곳의 관계자를 다 불렀다.이 자료를 보고하고 해명자료도 받았다.이 회사들은 전부 다 아는 얘기다.화학물질로부터 여성의 건강을 지키자는 공익적인 차원에서 진행한 연구다.생리대 제품의 커버,부직포 흡수제,접착제,컬러인쇄 등을 통해 유해물질이 발견됐으니 이것을 일개 개인이나 단체가 할 게 아니라 정부차원에서 국민건강을 위해 줄여나가야 된다는 취지였다.”

-처음에는 깨끗한나라의 릴리안 제품이 유해물질이 가장 많이 검출됐다는 의혹을 받았다.특정 제품이 거론된 이유를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언론에서 릴리안을 썼는데 부작용이 생겼다는 기사가 지난달 초 게재됐다.생리양이 줄고 월경주기가 바꼈다는 내용이었다.그러면서 이게 깨끗한나라의 제품이다 라는 기사로 번지게 됐다.”

-시간이 흐르고 유한킴벌리에서 가장 많은 화학물질이 검출됐다는 보도도 나왔다.그러면서 유한킴벌리와의 유착관계 때문에 릴리안을 먼저 공개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강원대 산림환경과학대학이 UNEP(유엔환경계획 한국위원회)에서 하는 큰 국제프로그램을 주관한다.유한킴벌리에서 이 프로그램에 3억원을 지원한다.또 산학협력단을 통해 일부 산림환경과학대학 교수들이 유한킴벌리의 연구를 맡아서 진행하고 있다.내가 산림환경과학대학 소속은 아니지만 강원대 교수이다 보니 이런 관계가 유한킴벌리와 나를 엮는 이유 중 하나이고,또 하나는 이사장 겸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녹색미래의 전신이 세민재단이었다.그 세민재단 발기인이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이었다.하지만 세민재단은 얼마 후 해체됐고 17년 전 쯤부터 녹색미래로 다시 단체가 바뀌었다.그런 정황을 아는 사람들이 꾸며낸 얘기다.나는 유한킴벌리와 전혀 관계 없다.”

-학교(강원대)측도 연구결과의 신뢰성이 의심된다는 인터뷰를 했었다.

“앞서 말했지만 나는 이 분야의 전문가다.공기질 전문위원,ISO(국제표준화기구) 멤버다.자찬하기는 민망하지만 이 분야에 제일 권위자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한다.일부에서는 또 200만원 가지고 어떻게 이 연구를 하느냐고 묻는데 그동안 관련 연구를 꾸준히 해왔기 때문에 기계들도 다 들여놨고 연구 인프라를 구축해서 가능한 일이다.사실 이 정도 연구는 5000만원 정도가 필요하다.하지만 시민단체에 어떻게 5000만원을 요구하나.나도 같은 시민단체를 운영하는 사람인데.이런 공적인 차원,시민단체 연대 차원에서 시작한 일이다.”

-이번 연구는 어떻게 진행하게 됐나.


“우리가 화학물질을 제로로 만들 수는 없지만 줄여나갈 수는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 때문이었다.줄일 수 있는 방법을 얘기해보기 위한 연구였다.일회용 생리대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됐지만 노출정도에 따른 영향은 모른다.그다음 질에 얼마나 흡수가 되는지,독성은 어느 정도인지,생리대 착용시간과 횟수에 따른 노출 정도 등의 자료가 있어야 유해성이 최종 결정된다.분석과학자로서 ‘생리대를 처음 실험해보니 이렇게 유해물질이 검출됐다.줄이자’는 의도였다.면생리대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빨면 70%,삶으면 90% 이상 유해물질이 줄어든다.화학물질의 노출을 줄이자는 의도인데 식약처는 ‘김만구 교수의 자료 검증위를 만들자’는 말도 안되는 얘기를 한다.‘김만구 교수가 실험을 통해 이런 결과를 밝혀 냈으니 식약처와 같이 유해성,독성 노출을 연구해보자’가 맞는 반응이다.화학물질이 안나오는 제품은 만들 수 없다.양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검사한 모든 제품에서 검출됐다.하지만 어느순간 특정 생리대를 사용하니 주기가 바뀌고 생리양이 줄고 이런 쪽으로 얘기가 흘러간다.기자들도 잘못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여론이 과장되게,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는 것인가.

“그렇다.”

-여성환경연대와 실험을 하게 된 이유는.

“나는 방출실험의 권위자이며 이 분야 전문 학자다.ISO국제표준시험방법도 만들었다.동시에 녹색미래라고 하는 시민환경단체 이사장 겸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여성환경연대와 시민단체 연대 차원에서 동참했다.인건비 하나 없이 학생들과 고생해가면서 지난해 9월30일부터 올해 2월28일까지 꼬박 6개월을 매달렸다.”

-앞으로 더 연구해야 될 부분이 있다면.

“일회용 생리대가 유해하다는 게 아니라 화학물질이 검출됐다는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유해성이 확보되려면 질에 얼마나 독성을 보이는지,어느정도 착용해서 노출이 되는지,접촉되는 공간은 어느정도로 유지해야 하는지를 다 밝혀내야 한다.이건 식약처가 해야될 부분이다.다만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은연 중에 입에 담기 어려워했던 생리,생리혈,생리대 등을 좀 더 포괄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장을 만들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 오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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