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자체 무관심 속 식어가는 ‘정중앙 자긍심’
1991년 독립 후 국가사업 추진
유럽센터 등 관련 시설물 조성
민간운영 위탁 후 명소화 주춤

▲ 지난 2004년 리투아니아 유럽연합 정식 가입을 기념하기 위해 푸르누시케이 유럽센터에 조성한 유로가입 기념탑.조각가 게디미나스 요쿠보니스가 제작했으며 화강암 기둥위에 12개의 금색별이 장식됐다.
▲ 지난 2004년 리투아니아 유럽연합 정식 가입을 기념하기 위해 푸르누시케이 유럽센터에 조성한 유로가입 기념탑.조각가 게디미나스 요쿠보니스가 제작했으며 화강암 기둥위에 12개의 금색별이 장식됐다.
발트 3국 가운데 한 나라인 리투아니아의 수도 빌뉴스 부근에는 ‘유럽의 정중앙’이 있다.1989년 유럽국경이 재설정된 후 유럽연합의 지리적 중심을 계산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프랑스 국립지리원(IGN)은 북쪽으로는 노르웨이 북극섬인 스피츠베르겐섬, 남쪽으로는 스페인에 속한 대서양의 카나리아제도,동쪽으로는 러시아의 우랄산맥,서쪽으로는 포르투갈의 아조레스제도를 기준으로 동서남북 4극 지점을 정해 유럽대륙의 지리적 정중앙을 찾아냈다.

이렇게 해서 확인된 유럽의 정중앙이 북위 54도 54분,동경 25도 19분에 위치한 리투아니아 수도 빌리우스 북쪽 26㎞ 떨어진 푸르누시케이 마을이다.

제2차 세계대전후 소련군에 점령됐다 1991년 독립한 리투아니아로서는 국민들의 자부심을 고취시키면서 단합된 힘을 보여줄 계기가 필요했는데 ‘유럽의 정중앙’은 딱 맞는 아이템이었다.유럽정중앙에 대한 논쟁은 100여 년전부터 이어지고 있지만 리투아니아는 “프랑스 국립지리원에서 유럽대륙의 4극 지점을 기준으로 삼아 그 교차점에 위치한 빌뉴스가 유럽정중앙이라는 사실을 뒤집을 만한 것이 없다”며 국가사업으로 추진했다.

▲ 빌뉴스로부터 17㎞떨어진 유럽공원에 조성된 정중앙상징물
▲ 빌뉴스로부터 17㎞떨어진 유럽공원에 조성된 정중앙상징물
푸르누시케이에 ‘유럽센터(Center of Europ)를 조성한 리투아니아는 중심지점에 8톤에 달하는 둥근 바위를 가져다 ‘유럽의 정중앙’임을 표시했다.지난 2004년 5월1일에는 이곳에 리투아니아 유럽연합 정식 가입을 기념하는 기념물도 설치했다.화강암 기둥위에 12개의 금색별로 장식된 리투아니아 유로가입 기념탑은 조각가 게디미나스 요쿠보니스가 제작했다.12개의 금관은 초기 유럽연합의 회원국 수를 의미하는 것으로 리투아니아가 EU의 핵심 국가들과 동등한 지위를 부여받았다는 것을 상징하는 동시에 12개 국가의 중심이 바로 리투아니라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제작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세미나 등을 할 수 있는 건물과 관리동으로 구성된 ‘유럽센터’를 방문하면 유럽의 정중앙을 다녀 갔다는 방문증을 제공하고 있다.관광의 날인 지난 5월1일에는 각국 대사 등 200여명의 주요 인사들을 ‘유럽센터’로 초청해 유럽연합 가입기념행사를 개최하기도 했다. 리투아니어 정부로부터 이 곳의 운영권을 낙찰받아 인근 골프장과 함께 운영하고 있는 민다우가스 글린스키스 대표는 “유럽의 중앙에서 골프를 치고 있다는 얘기를 골퍼들에게 계속 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글린스키스 대표는 “연간 4만명 정도 방문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내국인이 60% 정도 차지하고 있으며 외국인 가운데는 독일인이 가장 많고 캐나다와 일본인등도 방문한다”고 말했다.

유럽센타와 함께 ‘유럽공원(Europ Park)’도 유럽정중앙 빌리우스를 알리는 관광자원인데 긴타라스 카로사스라는 조각가가 19살때인 1987년, 리투아니아가 유럽대륙의 지리적 중앙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한 조각공원을 구상하면서 시작됐다.빌뉴스로부터 17㎞떨어진 숲속에 있는 유럽공원은 1993년 긴타라스 카로사스를 비롯한 조각가 12명이 이곳에 모여 작품을 만들면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유럽의 중앙에 조각공원을 만든다는 구상을 한 카로사스씨는 독립되자마자 유럽예술가협회 등에 손편지를 써가며 도움을 요청했는데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대지미술의 대가이자 현존하는 현대 예술가중의 한명인 데니스 오펜하임의 ‘의자’를 비롯해 전세계 작가들의 도움을 받아 90여편의 작품을 50㏊ 숲속에 전시하고 있다.

▲ 유럽센터를 방문하면 유럽의 정중앙을 다녀 갔다는 방문증을 제공하고 있다.
▲ 유럽센터를 방문하면 유럽의 정중앙을 다녀 갔다는 방문증을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유럽센터와 유럽공원은 리투아니아가 ‘유럽의 정중앙’이라는 것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상징물이지만 현재는 민간에 위탁됐거나 개인이 운영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기는 커녕 오히려 경쟁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독립초기 국민들의 자긍심 고취를 위해 추진되던 ‘유럽 정중앙’ 명소화 정책이 정부가 추춤하는 사이 개인이 운영하면서 지지부진해 진 것이다.

리투아니아에 선교사로 활동하다 정착한 강성은 교민회장은 “리투아니아를 방문하는 한국인들은 유럽정중앙을 찾고 있지만 정작 정부나 자치단체는 무관심한 것 같다” 고 말했다. 진종인·방병호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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