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가 10만원 웃돌기도…'즐거운 사라' 재출간 여부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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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마광수(1951∼2017) 전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의 작품들에 독자들이 뒤늦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11일 교보문고에 따르면 마 전 교수 별세 이후 엿새 동안 그의 책은 820부 판매됐다. 고인의 저작은 시중에 50여 종 나와 있지만 별세 소식이 전해지기 직전까지 판매량은 거의 없었다.

가장 많이 팔린 책은 고인의 최근작이자 시세계를 정리한 선집 '마광수 시선'(페이퍼로드)이었다. 에세이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개정판(북리뷰), 시집 '가자, 장미여관으로' 개정판(책읽는귀족) 등 대표작들이 뒤를 이었다. 윤동주 시의 상징 표현을 분석한 연구서 '윤동주 연구'(철학과현실사)도 다섯 번째로 많이 팔렸다. 소설 '2013 즐거운 사라'(책읽는귀족)는 교보문고에서 재고가 동났다.

별세 이후 책을 산 독자는 30대가 30.0%로 가장 많았다. 1992년 필화사건 당시를 기억하는 40대(23.3%), 50대(22.4%)도 많이 찾았다. 성별로는 남성(62.6%)이 여성(37.4%)보다 많았다.

음란물로 규정돼 정상 판매가 불가능한 소설 '즐거운 사라'는 중고책 가격이 15만원까지 뛰었다. 이 작품은 1991년 출간한 서울문화사가 당국의 제재조치에 자진 수거했고 이듬해 청하출판사에서 개정판이 나왔다. 정가는 5천800원이었다.

'즐거운 사라'에 새삼 쏠리는 관심과 함께 이 책이 다시 출간될 수 있을지도 주목받고 있다. 현재 출판사 몇 곳이 재출간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 전 교수는 생전 '즐거운 사라' 판매금지 해제를 바라는 마음에서 신작에 '2013 즐거운 사라'라는 제목을 붙이기도 했다.

출판·법조계에 따르면 출판물은 사전허가제가 아닌 만큼 재출간은 일단 가능하다. 그러나 '즐거운 사라'를 음란물로 규정한 1995년 대법원 판결에 따라 출간과 동시에 행정·사법당국으로부터 제재 또는 수사를 받을 가능성을 감수해야 한다.

간행물윤리위원회가 작품을 재심의해 유해매체물이 아니라고 판정한다면 '음란물' 딱지를 뗄 수 있다. 그러나 간행물윤리위는 재출간되더라도 과거 심의 결과를 뒤집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간행물윤리위는 1991년 서울문화사판, 이듬해 청하출판사가 낸 개정판 '즐거운 사라'에 잇따라 '제재건의' 조치를 했다. 이는 검찰 수사와 마 전 교수 구속으로 이어졌고 법원은 '즐거운 사라' 책자와 인쇄원판을 몰수했다.

장택환 간행물윤리위 사무국장은 "내용이 다른 개정판이 아니라면 심의대상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사법부가 음란물로 판결한 책에 대해 심의기관이 달리 판단할 수는 없다. 책을 재출간하려면 법적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마 전 교수가 형사재판 재심을 통해 무죄 판결을 받아내는 방법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난관이 많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사회통념이 바뀌어 '즐거운 사라'가 더이상 음란하지 않다는 감정결과 등 새로운 증거가 있다면 재심을 청구해볼 수 있다. 그러나 당시의 가치관에 비춰 음란물이었다는 판결 자체를 바꾸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2017년 현재 음란물이 아님을 확인해달라는 내용의 행정·민사소송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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