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환승   이화여대 교수
▲ 용환승
이화여대 교수
얼마 전 강릉에 가는 길에 과학산업단지가 조성되고 강릉과학산업진흥원내에 과학기술진흥센터 조직이 운영되는 것을 보면서 어떻게 하면 과학기술이 진흥될 것인가를 생각해보고자 한다.미국의 경제 흐름을 보면 데이터 기반 경제를 기반으로 지식 기반 경제를 구축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창조기반 경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공학의 모든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우리나라가 하위권에 있는 2가지가 바로 우주항공산업과 소프트웨어산업이다.소위 4차 산업혁명의 주요 키워드인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에서 매우 뒤쳐져 있는데 그 근본 원인을 찾아서 해결할 생각은 하지 않고 그저 인력양성이 안되어서라고만 한다.소프트웨어는 절차이자 제도다.합의된 방법에 따라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매뉴얼화 되어 있는 것을 소프트웨어로 만들면 된다.불행히도 우리나라는 이러한 매뉴얼이 적용되지 않는 국가라는 것이 문제다.매뉴얼이란 시행규정이고 법과 제도이며 소속된 모든 구성원이 지키려고 만든 것이다.거의 50m간격으로 설치된 과속방지턱을 보노라면 제한속도 표지판이 있건만 얼마나 지키지 않으면 이런 턱을 과다하게 만드는 가 돌이켜볼 일이다.즉 우리나라는 소프트웨어로 움직이지 않고 과속방지턱 같이 물리적인 하드웨어를 설치해야만 움직이는 나라라는 것이다.

최근에 벌어진 아래 두 사건은 우리나라가 얼마나 법과 제도,매뉴얼 특히 과학기술과 거리가 먼 나라임을 알 수 있게 한다.닭을 사육하는 과정에 인체에 유해한 살충제를 뿌려 계란에 살충제 성분이 있다는 소식으로 나라가 들끓었다.식약처장의 자리가 위태로울 정도였으며 해당 살충제를 사용한 농가와 계란은 폐기되는 등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는 상황에서,의사협회의 인체 무해 발표 등 과학적 사실들이 발표되면서 갑자기 조용해졌다.아무 것도 아닌 일에 온 사회가 과민 반응을 일으켰는데 사실과 과학기술을 존중하는 선진사회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이 사건이 터지고 얼마 안 되어 이번에는 유럽산 햄에 간염바이러스 감염 소식이 전해지면서 모든 햄과 소시지를 수거하고 폐기하는 사태가 벌어졌다.정작 해당 연구보고서를 발표한 영국에서는 아무런 일도 없는데 우리나라에서만 호들갑이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바이러스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결과로 갑자기 아무 일 없는 듯 수그러들었다.이런 식이라면 우리나라는 아마 1년에 12번 이상 난리를 벌이는 나라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강원도민일보는 이러한 비과학적인 ‘루머’에 휩쓸리지 않고 사실만을 보도하는 언론이기를 기대한다.그리고 과학기술 진흥은 모든 국민들의 의식 속에 과학기술을 존중하는 개념이 있어야만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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