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태룡   강원FC 대표이사
▲ 조태룡
강원FC 대표이사
“강원FC요?”

지난해 11월 20일 승격을 확정 짓고 스쿼드 구성을 위해 동분서주한 필자가 영입 대상 선수들을 만나면 가장 먼저 듣던 말이다.선수들은 준비한 계약서를 꺼내기도 전에 의문을 나타냈다.과연 강원FC가 나를 영입할 의지와 능력이 있느냐에 대한 의구심이었던 것 같다.강원FC가 선수를 영입할 때 가장 필요한 것은 돈이 아니었다.선수들의 무의식 속에 깊이 박힌 선입견을 먼저 무너뜨려야 했다.‘강원FC’에 대한 선수들의 이미지는 리더가 아니었다.강등한 뒤에 어렵게 승격에 성공한 가난한 시도민 구단이라고 생각했다.강원FC는 K리그를 넘어 아시아 축구를 선도하는 리더로 나아가는 것을 목표로 삼았지만 선수들은 ‘과연 그것이 가능할까’라는 의심을 품었다.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이 첫 번째 영입 선수였다.강원FC는 지난해 12월 9일 이근호를 영입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10일 넘게 이어진 강원FC 폭풍 영입의 신호탄이었다.이근호는 처음 영입 제의를 받았을 때 “강원FC요?”라고 되묻지 않았다.강원FC가 하는 말에 대해 선입견 없이 받아들였다.구단이 나아가고자 하는 미래에 귀를 기울였고 기꺼이 자신도 같은 길을 가겠다고 결정했다.

퍼스트 무버(First Mover)의 등장은 많은 것을 변화시킨다.이근호의 선택이 알려지자 강원FC의 진정성을 설명하는 시간이 줄었다.‘물음표’를 먼저 떠올렸던 선수들은 마음을 열고 긍정적인 눈으로 강원FC를 바라봤다.그렇게 해서 지난해 MVP 정조국을 비롯해 황진성,오범석,김경중,문창진,강지용,박선주 등이 강원FC 유니폼을 입었다.‘물음표’가 아닌 ‘하나의 느낌표’를 마음에 품은 선수들은 강원FC 비전과 도전을 오롯이 자신의 일로 인식했다.시즌을 앞두고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인터뷰를 할 때면 모두 하나 같이 ‘ACL’을 목표로 내세웠다.강원FC 선수단은 드라마틱한 2017년을 보내고 있다.시즌 초반 부진에 빠져 한때 강등권인 11위에 머물렀지만 바닥을 찍고 비상했다.2위까지 오르며 구단 역사를 새로 썼다.스플릿 라운드까지 5경기가 남은 현재,리그 6위에 올라있다.7위 포항 스틸러스와 승점 차는 6점으로 3승 이상을 거둔다면 자력으로 상위 스플릿을 확정 지을 수 있다.강원FC는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절호의 찬스를 잡았다.창단 9년 만에 처음으로 강등권이 아닌 상위권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시즌 초부터 선수들이 한마음으로 외쳤던 ACL 진출도 꿈이 아니다.남은 경기에서 전력을 쏟아붓는다면 충분히 가능한 목표다.강원FC를 향한 도민 여러분들의 하나 된 목소리와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기다.

강원FC의 공격적인 투자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아니다.선수 영입은 사라지는 비용이 아닌 자산의 확보다.선수 개개인의 가치는 강원FC에서 더 높아졌다.지난해까지 유망주였던 문창진은 이근호,정조국,황진성 등과 함께 호흡을 맞추며 K리그 대표 선수로 거듭났다. 본인의 커리어에서 가장 많은 경기에 출전해 가장 많은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고 있다.김경중은 처음 밟은 K리그 무대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새겼다.이범영은 돌아온 K리그에서 성장한 모습을 증명했다.정승용은 클래식 무대에서도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몸으로 보여줬다.지난해까지 뚜렷한 활약을 펼치지 못한 디에고는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벌써부터 많은 구단에서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시즌 초에 공격적인 투자로 확보한 강원FC의 자산은 1년 사이 그 가치가 급상승했다. 이근호라는 퍼스트 무버가 있었기에 강원FC는 국가대표급 스쿼드를 꾸릴 수 있었다.강원FC는 얼어붙은 K리그에 변화의 햇살을 비출 선도자를 자처하고 있다.도민 여러분들과 함께하는 강원FC의 위대한 도전이 한국 축구계를 변화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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