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자동방호장치 이상 추정…비상제동 작동 안 하고 앞 열차 들이받아

▲ 13일 오전 경기도 양평군 도곡리 경의중앙선 양평역과 원덕역 사이 선로에서 시운전 중이던 기관차 간 추돌사고가 발생해 40대 기관사가 숨지고 6명이 다쳤다. 사진은 사고가 발생한 열차.
▲ 13일 오전 경기도 양평군 도곡리 경의중앙선 양평역과 원덕역 사이 선로에서 시운전 중이던 기관차 간 추돌사고가 발생해 40대 기관사가 숨지고 6명이 다쳤다. 사진은 사고가 발생한 열차.
13일 새벽 경기도 양평군 경의중앙선 선로에서 추돌한 기관차들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 수송지원을 위해 시운전 중이던 것으로 확인됐다.

올림픽 기간에 사고가 났다면 대형 인명피해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레일과 한국철도시설공단 등에 따르면 이날 사고는 오전 4시 30분께 경의중앙선 양평역과 원덕역 중간 지점인 양평읍 도곡리 서울 방향 선로에서 박모(45) 씨가 운전하던 기관차가 앞에서 멈춰 선 기관차를 추돌하는 바람에 일어났다.

사고 기관차들은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연결철도 건설사업(6.4㎞), 기존선(수색∼서원주) 고속화사업(108.4㎞)과 원주∼강릉 철도건설사업(120.7㎞)으로 이뤄진 올림픽 수송지원사업을 위해 시운전 중이었다.

이 가운데 오는 12월 개통 예정인 원주∼강릉 구간에서는 KTX가 최고속도 250㎞로 달리는 데 비해 기존 경의중앙선은 무궁화·새마을호 등이 최고 150㎞ 속도로 운행한다.

▲ 13일 오전 경기도 양평군 경의중앙선 서울방향 양평역과 원덕역 중간 지점인 양평읍 도곡리 선로에서 시운전 중이던 열차 간 추돌사고가 발생해 40대 기관사가 숨지고 6명이 다쳤다.  사진은 견인을 위해 크레인 연결 작업이 진행 중인 사고 열차.
▲ 13일 오전 경기도 양평군 경의중앙선 서울방향 양평역과 원덕역 중간 지점인 양평읍 도곡리 선로에서 시운전 중이던 열차 간 추돌사고가 발생해 40대 기관사가 숨지고 6명이 다쳤다. 사진은 견인을 위해 크레인 연결 작업이 진행 중인 사고 열차.
두 구간이 연결되려면 기존 경의중앙선의 신호체계 등을 신설구간과 연동해야 하는데, 철도시설공단은 최근 이 작업을 마무리하고 코레일에 시운전을 요청, 이날 여객열차가 연결되지 않은 단행 기관차 2대를 투입해 시운전을 진행했다.

시운전에서는 열차자동방호장치(ATP·Automatic Train Protection)에 대한 점검이 중점적으로 이뤄졌다.

ATP는 열차가 제한속도를 넘어 운행하거나 진입을 앞둔 구간에 다른 열차가 있으면 기관실에 이상 신호를 보내고 속도가 줄어들지 않으면 자동으로 열차를 멈추는 비상제동 기능을 한다.

이날 오전 4시 서원주역에서 5분 간격으로 출발한 기관차 2대는 양평역까지 정차하지 않고 일정 간격을 유지하며 운행해야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앞 기관차가 양평역에 못미친 지점에서 멈춰 섰고 이를 뒤따르던 기관차가 그대로 들이받았다.

이 때문에 철도시설공단 등은 ATP가 작동하지 않았거나 작동 중 이상을 일으켜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고 당시 ATP가 꺼져 있었다는 진술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조사 중이지만 개통 이후 올림픽 기간에 발생했다면 재앙으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사고였다.

최진석 교통연구원 철도안전·산업연구센터장은 "독일 등의 과거 사례에 비춰보면 고속화 철도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피해 규모는 상상도 할 수 없다"며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현 시스템의 결함을 발견할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사고 복구와 함께 원인을 밝히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여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사고로 기관사 박씨가 숨지고 같은 기관차에 탄 이모(64) 씨가 크게 다치는 등 1명이 숨지고 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