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도한 만큼 스트레스에 취약… 수직 이동공간 마련 필수
체격· 환경에 맞는 화장실 선택
오르내릴 수 있는 ‘캣타워’ 필요
하루 2∼4회씩 꾸준히 놀아줘야
아이비 등 독성 지닌 화초는 금물

38.5℃,개와 고양이의 체온입니다.사람보다 2℃ 더 따뜻합니다.늘 우리 곁에서 친구처럼,가족처럼 말없이 품을 내주는 반려동물들.‘동물과 사람의 교감’의 줄임말 ‘동감’을 통해 그들에게 2℃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첫 발을 내딛습니다.

길고양이들은 거리의 쓰레기통을 뒤져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병균을 옮긴다는 오명 때문에 ‘도시의 불청객’이라는 원성을 들어왔다.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반려동물로서 고양이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지면서 개와 함께 사람에게 가장 친근한 동물로 자리잡았다.고양이 보호자는 ‘집사’라고 일컬어지는데 도도한 고양이를 떠받들 듯 생활하는 모습에서 유래됐다.고양이는 예민한 동물이기에 스트레스가 질병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만약 고양이가 문제 행동을 한다면 가장 먼저 생활공간을 점검해야 한다.초보집사를 위해 고양이를 키우기 위한 필수품과 편안한 공간 조성을 위해 피해야 할 것 등을 알아본다.

>>고양이 필수품 세가지

△화장실과 모래=고양이 화장실과 모래는 고양이의 기호성에 맞게 마련해 주면 된다.화장실의 숫자는 최소한 고양이의 수보다 한 개 더 많아야한다.또한 가장 조용하고 안락한 공간이어야 한다.크기와 높이,뚜껑의 유무는 고양이의 체격과 성격에 맞춰 준비한다.모래는 크게 응고형과 흡수형으로 나뉘는데 냄새를 방지하고 싶을 땐 응고형, 먼지날림을 피하고 싶을 땐 흡수형을 사용하면 된다.

△스크래처=고양이에게 스크래치는 물건을 긁어 표시를 내고 냄새를 남기며 영역을 표시하는 행동이다.스크래처가 없다면 소파 등 가구에 손상을 줄 수 있다.고양이 한마리 당 최소 한개 이상의 스크래처를 마련해 평소 좋아하는 공간에 설치한다.

△캣타워=평면생활을 하는 사람과 달리 고양이는 수직생활을 하기 때문에 오르내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양이가 생활하는 곳이 좁을 수록 캣타워는 필수적이다.원목으로 만든 캣타워나 캣워커는 고가인 경우가 많아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규칙적으로 놀아주기

개에게 산책이 필요하듯 고양이에게는 하루 2~4번, 5~15분씩 놀이 시간이 있어야 한다.이때 매일 규칙적으로 놀아주는 것이 중요하다.일정한 장소에서 놀이를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낚싯대 등 고양이 전용 장난감을 이용해 사냥과 비슷한 놀이를 진행하면 된다.놀이 시간이 길어지면 피곤함을 느낄 수 있으므로 15분 미만에서 놀이를 마친다.장난감은 여러종류를 번갈아가며 쓰는 것이 좋다.

>>화초는 ‘독’

전문가들은 고양이가 생활하는 공간에서 화분을 치울 것을 조언한다.사람에게 친숙한 식물이 고양이에게 죽음까지 이르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그래도 화분을 포기 할 수 없다면 고양이에게 해로운 종류인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최근 인테리어 활용에 많이 쓰이는 아이비,포인세티아,스킨답서스,스파티필룸을 비롯해 백합,알로에,은방울꽃,튤립,나팔꽃,시클라멘,포토스,하아신스,자스민,수선화,철쭉 등은 피해야 한다.이들은 설사,구토,피부염,심부전을 유발하거나 침 흘림,경련,발작 등을 일으키기도 한다.만약 고양이가 중독성 있는 식물을 먹었다면 가능한 한 신속하게 병원으로 가 구토를 유도해야한다.이때 고양이가 먹은 것으로 의심되는 식물을 함께 가져가면 진료에 도움이 된다. 


>> 묘(猫)하도다

내 방구석 고양이의 ‘묘씨생’

“기척없이 걷고 곁을 주지않는 고양이의 매력 속에서 유영중”

황정은의 소설 ‘묘씨생(猫氏生)’을 처음 읽은 건 2011년 2월쯤이지 싶다.내용을 읽었다하기 보단 제목‘만’ 훑고 지나쳤다 하는게 맞겠다.이상문학상 작품집 끄트머리,안 읽어도 그만인 위치에,그것도 고양이가 화자인 소설이라니.어찌보면 제목을 기억하는 것조차 기특할 법한 생경한 이야기에 불과했다.적어도 그 시절 나에겐.

고양이를 집에 들인 건 그해 5월이다.수의사 친구의 SNS에 올라온 한 장의 사진과 냉정하리만큼 짧은 설명은 어쩌면 내 삶을 ‘고양이가 없던 시절’과 ‘고양이와 함께 한 시절’로 쪼갠 근원이라 할 수 있겠다.‘터키시 앙고라,암컷,1살 추정 3.2kg’.곧 안락사 될 거라던 그 경기도 고양이는 지금 햇수로 7년째 나와 털을 섞으며 강원도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이듬해 여름 즐겨 듣던 팟캐스트에서 황 작가의 ‘묘씨생’이 스치듯 거론됐고 책장 끄트머리,안 읽어도 그만인 위치에 꼽혀있던 책을 꺼내들게 했다.‘이 몸은 다섯 번 죽고 다섯 번 살아났다’로 시작하는 소설은 표면적으론 길고양의 생을,깊숙이는 불쾌한 듯 가엾은 인간군상을 다룬다.1인칭 고양이는 미심쩍은 고기를 나눠먹고 피를 토하며 죽어간 어미와 형제들을 뒤로한 채 살아가지만 그 삶이 녹록치 않다.매일매일 죽어가는 고양이들과 경쟁하며 살아가는 일상은 주인공 고양이의 시간이기도 하거니와 무한경쟁으로 도태돼 갈 수밖에 없는 인간의 그것을 닮기도 했다.그렇게 나는 소설의 행간에서 내 방구석에 늘어져있는 고양이의 모습을 읽고,쫓기듯 처절하게 살아가는 내 자신을 마주한다.

고양이는 음흉한 동물이다.기척 없이 걷는 법을 알고,어지간해선 곁을 주지 않으며,울음은 갓난쟁이와 같아 구슬프기 그지없다.그렇지만 제목도 가물한 빛바랜 소설을 꺼내 읽게 할 만큼 중독성을 지녔다.옛사람들이 ‘영물’이라 여기며 손사래 친 이유가 충분하다.몇 년 새 많은 이들이 ‘묘연(猫緣)’을 얻어 울고 웃고,공중에 부양하는 털을 견디며 그 매력 속에서 유영 중이다.나 또한 그렇다.나는 지금 온통 고양이다.

안영옥·고양이 두마리와 7년째 동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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