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이야기] 고이 담은 농가의 사계절을 나누다
매주 토요일 노동당사 광장앞
봄나물부터 가을 오대쌀까지
농산물·예술 공예품 등 풍성

80년대 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큰 재난이 있었다.바로 1989년 대지진.이로 인해 베이브릿지와 고속도로가 파괴되고 지역 경제가 침체됐다.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재난으로 인해 뜻을 함께하는 이들이 모여 교감하고 힐링을 하는 장소가 탄생됐는데 그 유명한 ‘페리 파머스 마켓’의 첫 발단의 배경은 이렇게 시작된다.

요근래 우리나라 곳곳에 자생적이거나 민관 주도형의 파머스마켓들이 성행중이다.혹은 지역 예술가들과 먹거리 공방들이 삼삼오오 모여 그야말로 취미처럼 즐기며 셀러로 참여하는 문화예술 장터들도 많은 이들의 관심속에 성장중에 있다.이러한 수많은 장터들 중에서 강원도 철원에 샌프란시스코 파머스마켓과 맥락을 같이 하는 장터가 있다.전쟁의 상흔과 시리도록 아름다운 대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민간인 통제선 바로 앞 노동당사 광장에서 매주 토요일 열리는 ‘철원DMZ마켓’이다.

시즌에 따라 판매되는 다양하고 품질 좋은 농산물들은 철원하면 자동으로 연상되는 오대쌀이란 공식에 더하기와 곱하기를 무궁무진하게 양산해낸다.그야말로 감탄스런 반전이 있는 로컬 파머스마켓이다.우직함과 신뢰로써 셀러로 참여하는 농가들이 직접 이른 새벽 고이 포장해 나오는 자연방사 유정란부터 그 어디서도 만나기 힘든 탐스런 유기농비트,밤호박,일교차와 맑은 물로 자란 보기에도 아까운 사과,오대쌀 조청 등등 현무암대지의 기름진 땅에서 나고 자란 착한 농산물들이 인심 좋게 판매되고 있다.뿐만 아니라 지역 예술가들의 첨연염색,서각,규방공예를 비롯한 예술품들도 자리하고 있어 철원이 품고 있는 격을 스스럼 없이 뽐내며 찾아주시는 분들께 먹거리 볼거리 즐길거리를 풍성하게 제공함으로써 철원관광의 메카로 급부상 하고 있다.

‘철원DMZ마켓’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어느덧 3년 이라는 세월이 흘러 있다.고석정 관광지에서 몇몇 농가가 직접 수확한 농산물과 그 가공품을 정성껏 준비해 관내를 방문해주시는 손님을 맞이 하기 위해 열었던 반짝 장터가 철원군 기술센터와 그 조력을 함께하며 현재까지 성장하며 이어지고 있다.만물이 소생하는 본 철원 현무암대지의 정기를 품고 나온 봄나물들과 다양한 농산물을 판매하는 하는 봄나물 축제를 필두로 해 시월말 황금 들판 철원평야의 새끼줄축제를 피날레로 장을 마감하는 일 여년간의 파티인 셈이다.3년간 유지해오며 순탄하지만은 않았다.그 안에는 관광지 안에서의 상인들과의 갈등으로 인한 판매 품목 제한도 장소 이동이라는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고비도 봉착해 있었지만 지난 봄부터 결국 노동당사 앞 광장으로 자리를 정착 하고 난 이후부터 농부들의 소득 증대와 터닝포인트가 되는 획기적인 꼭지들이 하나 둘 생겨남에 따라 마켓 자체에 생기를 불어 넣어주고 있다.

한 예로,지난 9월 첫째주에는 요즘 제일 핫하고 이슈가 되고 있는 양평 리버마켓에서 상생활성화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셀러 10팀이 직접 철원으로 옮겨와 철원DMZ마켓과 콜라보레이션 장을 펼쳐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어냈을 뿐 아니라 서로 다른 마켓이 서로에 의해 여러모로 성장하고 마음을 열어 소통하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철원 DMZ마켓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스스로 아직 나아갈 길이 멀다고 여기며 계속 가꾸며 나아가고 있다. 제 2의 도약을 하고 있는 지금 이 단계에서는 철원에서 철원의 선한 농부들에 의한 철원만이 낼 수 있는 고유의 색을 찾는 스스로에게 주는 미션을 가지고 노력한 결과 하나씩 그 빛을 발현해 내고 있다.전국 곳곳의 수많은 농부의 장터들 중에서 구지 철원까지 방문해 주시는 고객들,그들이 먼곳까지 발걸음 하며 기대하는 부분을 충족시켜 드리기 위해 철원만의 아이덴티티를 잘 녹여 손님맞이를 정성스레 해야 하는데 그것은 상품이며 직접 소통하는 농부님들 자체일 것이다.오대쌀을 비롯한 청정 철원의 로컬 식재료들을 활용해 철원만의 시그니처 먹거리들을 개발도 꾸준히 하고 있다.하지만 모든 기본은 선한 농부님들이 퀄리티 좋고 귀하게 가꿔 여러날 공들여 준비해 나오는 작품들을 자부심을 갖고 축제처럼 즐길 자세가 무엇보다 선행돼야 한다.

철원DMZ마켓에 가면 중앙에 큰 깃발 하나가 펄럭이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그날 장터의 판매 농산물들을 소개하며 전시하는 트랙터 VMD 공간 전시물의 일부인데,이 지도는 현재 서울대학교 규장각에 소장돼 있는 철원이 가장 번성했던 시절의 옛‘철원구방지도’를 실사 출력해 깃발로 제작한 것이다.옛 철원 궁예도성의 번영과 영광이 다시 한번 이 땅에 펄럭이기를 기대해 본다.

▲ >> 푸드디렉터 염혜숙   현재 고향인 철원으로 귀향 겸 귀농귀촌해 철원이 품은 자원들과 청정 로컬푸드를 토대로 식문화 사업을 진행중이다.
푸드디렉터 염혜숙
현재 고향인 철원으로 귀향 겸 귀농귀촌해 철원이 품은 자원들과 청정 로컬푸드를 토대로 식문화 사업을 진행중이다.
*기사에 게재된 레시피와 사진의 저작권은 저자에게 있습니다. styleyeom@daum.net

철원DMZ마켓

장소: 철원군 철원읍 관전리 노동당사 광장운영시간: 매주 토요일 AM10:00-PM5:30

문의: 철원군농업기술센터 033-450-5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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