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주현   홍천주재 취재부국장
▲ 유주현
홍천주재 취재부국장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사자성어가 있다.맹자의 이루편에 나오는 ‘역지즉개연(易地則皆然)’이라는 표현에서 비롯된 말인데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하라는 의미다.일상 생활속에서 민원으로 인한 갈등관계가 형성되면 많이 회자되는 말이기도 하다.역지사지는 곧 갈등에서 시작되는 말이다.국가와 국가,기관대 기관,기관과 개인,개인과 개인 간 관계에서도 민원은 항상 생성되고 이로 인한 많고 적음의 차이는 있지만 갈등은 늘 존재하기 마련이다.모든 주체들은 보이든 보이지 않든 내적 갈등관계를 해소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며 살아가고 있다.

홍천군이 귀농귀촌 1번지로 급부상하고 있다.군은 지난 2016년 7월18일 전국에서 처음으로 전원도시 귀농·귀촌 특구로 지정됐다.군은 2020년까지 국·도비 포함 240여억원을 들여 10개읍면을 특구지원권,전원생활권,산림휴양권,농업경영권으로 집중개발해 홍천을 농업경영형 정주기반을 조성하겠다는 야심찬 청사진을 그려나가고 있다.

지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간 강원도 귀농귀촌 추이를 보면 귀농귀촌가구는 6만5768가구로 귀농1위 지역이 홍천군으로 조사됐다.이 기간동안 홍천으로 이주한 귀농귀촌 가구는 5676가구(귀농 366가구,귀촌 5310가구)로 집계됐다.홍천군은 2020년까지 7000세대 1만명 유치를 목표로 해 인구 10만명의 홍천시로 승격하겠다는 장기 플랜을 수립했다.이를 위해 서석면 검산리 일원 4만여㎡에 연면적 2550㎡규모로 체류형 농업창업지원센터를 건립해 귀농귀촌인들을 돕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도시민 1인이 귀농귀촌해 농촌에 30년을 살 경우 약 1억8000만원의 경제적 효과를 거둔다고 발표한 바 있다,이 자료를 인용하면 특구 운영기간 귀농귀촌인구 7400명을 목표로 한 홍천군은 연간 444억원,5년간 2220억원의 경제적 파급 효과가 창출된다고 분석했다.수치로 따져보면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끌어내는 셈이다.

그러나 귀농귀촌 정책에 따른 외지인의 유입으로 인한 각 지자체의 폐해도 만만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도시의 개인주의·합리주의와 시골의 공동체주의과 충돌하면서 비롯된 갈등양상도 비일비재하지만 수위도 높아가고 있다.경계측량을 통해 진입로를 막거나 사용을 거부하는 행위,지역 원주민들이 귀농귀촌인에게 도로나 진입로 등을 위한 토지사용의 대가로 터무니 없이 높은 가격을 요구하는 행위,지자체의 보조사업에도 기존 원주민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볼멘소리 등 다양한 갈등 요인으로 나타나고 있다.이와함께 귀농귀촌인과 귀농귀촌인 간의 한정된 자원 안에서 심화되는 경쟁 또한 갈등으로 표출되고 있다.

군은 지역민과 귀농귀촌인간의 갈등 해소를 위해 마을지도자와 귀농귀촌멘토,공무원으로 갈등조정위원회를 구성해 대응방안 마련에 나서고 주민화합프로그램 운영 추진 확대,갈등해소를 위한 교육 강화 등을 통해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그리 쉽지만은 않다.갈등 해결은 곧 당사자간 관심사,즉 마음을 움직이는 ‘win-win’방식이 최적이지만 공통분모를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다.갈등은 그 자체로 나쁘다고 할 순 없다.갈등이 전혀 없어야 좋은 것이 아니라,발생한 갈등을 어떻게 풀어 나가느냐가 더 중요하다.역지사지(易地思之)의 그 경계를 허물고 내가 아닌 타인의 입장을 보다 많이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가을을 맞아 코스모스처럼 지역사회에 활짝 만개하길 기대해 보는 것은 욕심일까. 유주현 홍천주재 취재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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