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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시절 빈 망태기에 미역 채워주던 정, 바다 속 생명의 끈

[기획] 동해안 해녀가 사라진다
2회┃생계 위해 생사 함께 하는 해녀들
삼척 궁촌 해녀 동료들 고령에 직업병 서로 의지
“물질 혼자 나서는 법 없어… 물 속에서 생사 확인 끈끈”
수산자원 고갈로 소득 줄어
정부·지자체서 관심 가져야

김영희 webmaster@kado.net 2017년 09월 15일 금요일

▲ 삼척 궁촌마을 해녀들은 생계를 위해 거친 바다 속에서 생사의 기로를 늘 함께 하고 있다.사진 왼쪽부터 임순자(71),현인순(82),신수을(73) 할머니.
▲ 삼척 궁촌마을 해녀들은 생계를 위해 거친 바다 속에서 생사의 기로를 늘 함께 하고 있다.사진 왼쪽부터 임순자(71),현인순(82),신수을(73) 할머니.
여름 끝자락을 붙잡는 듯 며칠간 비가 내린 초가을 삼척 궁촌을 찾았다.

뭍에서 흘러들어간 흙탕물이 바닷물을 탁하게 만들고 너울성 파도가 밀려들어 물질을 할 수 없는 날이다.마을 입구 해녀 현인순(82) 할머니 댁에는 이미 몇몇 해녀들이 모여 시끌벅적했다.

“우선 앉아서 커피부터 마셔.우리집은 그냥 아무나 들어와서 커피도 먹고 사탕도 주워먹고 그러는 집이야.그런데 해녀들 뭐 볼게 있다고 기자가 다 왔나”

현 할머니집은 작은 어촌마을의 사랑방이다.현 할머니는 올해로 82세.고령의 해녀다.23살에 돈을 벌러 고향인 제주 한경을 떠나 삼척으로 ‘출가물질’을 왔다가 정착했다.60여년동안 동해를 누볐다.‘출가물질’은 쉽지 않다.‘출가물질’은 현지 주민들과 더불어 살아야하고 그곳 사람들의 삶의 방식에 적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향 제주에서는 주변 누군가 해녀를 하고 있으니깐 ‘아 나도 크면 저렇게 하는가보다’하고 생각을 했지.어린 시절 여름에 더우니까 바다에 나가서 목욕하고 이러면서 잠수를 배우는거야.친구들보다 더 오래 숨을 참으려고 하다보면 자연스레 배우게 되는거지”.

물질은 단순 노동이 아니다.기술을 필요로 한다.해녀는 파도와 바람 등 바다밭에 대한 지식과 몸의 움직임을 효과적으로 연결시켜야 하기 때문이다.해녀들은 바다와 함께 성장하면서 이런 기술을 자연스레 익히게 된다.

“나보다 먼저 물질을 시작한 친구들은 물 속에서 미역이나 해삼을 많이 따오더라고.나도 그걸 보면 애가 쓰여서 잘하고 싶었지.처음에는 수확도 적고 하니깐 친구들이 내 망태기에 자기들이 뜯은 미역을 한아름씩 넣어주곤 했어”.

망태기를 채워줬다는 이야기에 다른 해녀가 말을 이어갔다.옆동네에서 궁촌마을로 시집온 물질 40년차 임순자(71) 할머니.순자 할머니같은 해녀는 ‘지방해녀’라고 불린다.

“시집을 와봤더니 생선 가지고 다른 동네로 가서 쌀 바꿔먹고 하더라고.너무 가난했지.그래서 물질을 시작했어.이 언니들보다 물질을 늦게 시작해서 서투를 때 언니들이 돌성게를 따면 내 망태기에 아무렇지 않게 나눠서 넣어주고 했다니깐.서투를 때 그렇게 해준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내가 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렇게 모이면 고맙다고 얘기하지”

제주 한림이 고향인 신수을(73) 할머니.현 할머니와 마찬가지로 ‘출가물질’을 왔다가 삼척에 터를 잡았다.

신 할머니는 “어촌계가 조직되기 전에는 우리가 전복,해삼같은 걸 막 따고 팔면서 생계를 유지했지.어촌계가 우리 해녀들을 관리하기 시작했을 때는 솔직히 힘들었지.바다로 자유롭게 나가던 걸 가지마라 가라 하기도 하고 바다 속 물건을 마음대로 채취도 못했어.어떤 날은 성게 잡아라,어떤 날은 전복해라 간섭이 심했거든”이라고 말했다.그러면서도 “그래도 어차피 다같은 마을사람들인데 눈흘기고 살 수는 없잖아.지금 우리 마을의 경우는 물건 해와서 어촌계에 다 넘기면 반반으로 분배하고 있어.어촌계가 가지고 간 반은 일년에 한두번 회원들에게 배당금으로 돌려주니깐 이제는 불만없이 살고 있지.요새 불만은 산소통을 맨 스킨스쿠버들이 우리 바다에 들어와서 해산물을 훔쳐가는거야”라고 말했다.

▲ 6~7㎏납덩이를 허리에 차고 물질을 하다보니 허리병이 있는 해녀들이 많다.수압의 변화로 인한 두통도 이들을 괴롭힌다.진통제 등을 옆에 두고 사는 해녀들이다.
▲ 6~7㎏납덩이를 허리에 차고 물질을 하다보니 허리병이 있는 해녀들이 많다.수압의 변화로 인한 두통도 이들을 괴롭힌다.진통제 등을 옆에 두고 사는 해녀들이다.
수산업법에 따르면 일정지역에 거주하는 어업인의 공동이익을 위해 어촌계는 마을어업 면허를 받아 어장을 관리한다.그러면서 해녀들도 어촌계 일원이 된다.

해녀들의 입에서 나온 ‘우리바다’라는 말에서 자신들의 생업이 이뤄지는 경제적 원천을 지극히도 아낀다는 것을 알 수 있다.최근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바다도 아열대화가 진행되고 있다.이는 바다 사막화,즉 백화현상으로 이어져 전복 등 패류의 자연생산력이 저하되고 미역 다시마 등 해조류 분포범위가 축소돼 해녀들의 소득이 감소했다.도내 해조류 생산량이 2013년 456t 9억2100만원,2014년 434t 8억5300만원,2015년 422t 8억300만원,2016년 318t 6억4200만원으로 매년 감소세다.

이처럼 수산 자원 고갈이 심각해 지면서 동해해녀들은 “나라에 무조건 돈을 달라고 떼쓰는건 아니야.지금도 해삼이나 전복 종묘를 바다에 넣어주고 있는데,바다 사정이 예전만 못해서 잘 살아남지 못해.그러니 종패를 많이 뿌려주면 우리가 3~4년동안 노력해서 잘 키우고 채취해서 먹고 살텐데.우리 힘으로 먹고 살테니 나라가 좀 더 바다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는거지”라며 작은 바람을 정부와 지자체에 요구하고 있다.

70대 초반으로 마을 해녀들 중 젊은 축에 든다는 임 할머니가 다리가 아프다고 한다.동료 해녀들이 모두 걱정이다.본인들도 작업하러 갈 때 허리에 차는 6~7㎏납덩이로 허리가 아프다면서 ‘가까운 보건지소에 가서 어떤 약을 타먹어라,밤마다 뜨거운 찜질을 해봐라’라는 걱정의 말도 모자라 현 할머니는 서랍장에서 자신이 먹던 약까지 꺼내보였다.

“우리들 중에 누군가 아프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야.우리는 서로 집안의 대소사도 챙겨주고 마을 대소사도 발벗고 나서서 함께 하는데 아프면 걱정이지.물질은 혼자 나서는 법이 없어.항상 여럿이 함께해.생계를 위해 나선 저 위험한 바다 속에서 생사를 서로 확인해주는데 끈끈할 수밖에 없지 않나”. 김영희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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