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인생 9회말 투아웃…새로운 도전 성공 보이고파”
지난해 6월 모험·도전 정신에 ‘고교야구계 변방’ 강원도에 터
올 시즌 13승8패 강팀 탈바꿈
발품 팔아 우수선수 영입 집중

최재호 감독은 아마추어 야구인 고교야구에서는 ‘명장’으로 통한다.배재고,덕수고,신일고 등 야구 명문학교 감독을 맡았던 최 감독은 ‘우승 청부사’란 찬사를 받은 지도자다.

“9회말 투아웃에 새로운 작전을 시도해보는 것도 즐겁지 않을까요?”

국내 프로야구는 지난해 관중수 800만명을 넘어서면서 국내 최고 프로리그로 자리매김했다.하지만 야구 저변이 가장 낙후된 강원도는 그 열기를 함께 하지 못하고 동떨어져있다.고교야구도 프로야구 연고에 따라 서울·경기 수도권과 대도시 중심으로 발전해가고 있지만 도내 고교야구는 여전히 변방이다.이런 와중에 야구변방인 강원도로 귀촌한 야구명장이 있어 눈길을 끈다.무명도 아니고 졸장도 아닌데 북한강을 건너 태백산맥을 넘어 강릉에 터를 잡았다.고교 전국대회 8회 우승을 이끌었던 최재호(58) 강릉고 감독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7일 강릉 공설야구장에서 강릉영동대와 연습경기에 한창이던 최 감독을 만나본 첫 느낌은 ‘호랑이’였다.대학선수들을 상대로 분전하고 있었지만 실수가 나올때면 어김없이 호통이 나왔다.

“안타를 맞거나 실투를 하면 투수와 포수는 침묵해선 안된다.소통해라.1학년만 분전하고 있다.2학년은 분발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하지만 “다음에는 (공이)높게 올거다.무조건 노려라”는 실질적인 조언도 나왔다.

최 감독은 “저기 신승윤은 좌완인데 제구가 좋다.이믿음은 사이드암 선수로 경기를 잘 풀어나가는 능력이 뛰어나다.고명규는 1번타자 붙박이인데 선구안이 좋고 가능성이 많은 선수다.이기환은 3번타자인데 타격능력이 뛰어나 팀에 주축인 선수”라며 선수 하나하나 장단점을 모두 파악하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최재호 감독은 아마추어 야구인 고교야구에서 ‘명장’으로 통한다.배재고,덕수고,신일고 등 야구 명문 감독을 맡았던 최 감독은 ‘우승 청부사’란 찬사를 받고 있는 지도자다.그가 지도한 제자들만해도 류제국(LG),이용규·최진행·하주석(이상 한화),민병헌(두산) 등 많은 선수들이 현재 프로야구에서 팀내 주축선수로 활약하고 있다.남부럽지 않은 명성을 얻은 그가 지난해 6월1일 돌연 강릉행을 택했다.‘고교야구계 변방’인 강원도,그중에서도 강릉고에 터를 잡은 최 감독은 부임전까지는 강원도와 전혀 연고가 없었다.42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강릉고이지만 선수는 30여명 남짓에 특출난 선수도 없는 상황에서 최 감독은 ‘모험과 도전’ 정신으로 감독직을 맡았다.

최 감독은 “그동안 명문학교에서 좋은 자원의 선수들을 데리고 감독을 해왔다.33년이나 감독직을 해오면서 우승도 해볼만큼 해봤다고 생각한다.바닥부터 시작해보자는 마음이 생겼다.바닥이라는 것은 그만큼 발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뜻한다.강팀으로 성장시켜보고 싶다는 목표로 이곳에 왔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부터 1년이 넘게 지나 어느덧 감독과 학생모두 똘똘 뭉친 ‘한팀’이 됐다.하지만 그는 아직도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도내 팀이 4곳밖에 없어 인천 3개 팀과 함께 주말리그를 치러야한다. 그 기간에는 매일 강행군의 연속이다.인천에서 경기를 치를때는 전날 버스를 타고 이동해 새벽같이 일어나 경기에 나서야해 선수들 모두 제기량을 펴기 힘들다.또 평소 연습경기를 갖기에도 영동지역 고교팀이 없어 강릉영동대 대학선수들과 매주 1회 게임을 갖는 것이 실전연습의 전부다.그럼에도 최감독은 지난달 봉황대기에서 순천 효천고를 꺾는 등 올 시즌 13승8패를 거두며 강팀으로 탈바꿈 시키고 있다.또 올해 프로야구 신인드래프트에서는 100번째 마지막으로 강릉고 유격수 권민석(18)을 두산 베어스로부터 지명을 받는 기쁨도 누렸다.

최 감독은 “고교야구는 변수가 많다.강릉고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그동안 타성에 젖어있던 선수들에게 승리의 기쁨과 이기는 재미를 알려주니 힘든 훈련을 이겨내고 잘 성장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고교야구시즌이 끝난 지금 최 감독은 어느때보다 바쁘다.훈련은 코치에게 잠시 맡겨놓고 경기지역 등 중학리그가 펼쳐지는 곳을 찾아 유망주 스카우트에 나서야하기 때문이다.지난해 스카우트한 14명의 선수 중 4명을 제외한 10명은 타지역 학생들이다.강릉고를 강팀으로 키우기위해서는 열심히 발품을 팔아 우수선수 영입이 필수다.이때문에 선수영입에 책임감이 앞선다.예전 명문팀 감독이었을때는 우수선수들이 제발로 팀에 찾아왔다.하지만 이제는 경기장에 직접 찾아가 실력을 점검하고 선수와 학부모를 설득하지 않는 한 우수선수영입은 언감생심이다.

최 감독은 “올해는 전국대회 16강이 최고 성적이었지만 내년에는 준결승 진출이 목표”라며 “학교,동문에서도 전폭적으로 지원해주고 있고 선수들도 힘든 훈련을 묵묵히 따라주고 있는 등 모두가 한마음으로 강릉고 야구부를 새롭게 만들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강릉고 야구부는 마지막 야구인생이 될 수 있는 최 감독과 함께 전국대회 우승을 향한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김호석 kimhs86@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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