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빈 강정 ‘정중앙 마케팅’에 발길 돌리는 관광객
1990년대 초 유럽센터 설립
집중홍보·지원 인기 급부상
신규 아이템 부재·민간위탁
유사 시설 간 소모적 경쟁도
‘세계적 명소’ 도약 기회 놓쳐
무관심 속 ‘지역 관광지’ 전락

▲ 4㏊ 규모의 넓은 평지에 조성된 유럽센터에 ‘유럽 정중앙’을 상징하는 바위(사진 오른쪽)와 EU가입을 기념하는 탑 등이 설치돼 있지만 관광객이 없어 썰렁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 4㏊ 규모의 넓은 평지에 조성된 유럽센터에 ‘유럽 정중앙’을 상징하는 바위(사진 오른쪽)와 EU가입을 기념하는 탑 등이 설치돼 있지만 관광객이 없어 썰렁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리투아니아의 수도 빌리우스에서 북쪽으로 26㎞정도 떨어진 투르누시케이 마을에 있는 유럽센터를 방문한 8월31일. 기자가 이 곳에서 만난 관광객은 독일에서 온 남녀 단 2명 뿐이었다.

4㏊ 규모의 넓은 평지에 조성된 유럽센터에는 ‘유럽 정중앙’을 상징하는 바위와 EU가입을 기념하는 탑, EU국가들의 국기가 휘날리고 있을 뿐 관광객이 없어 썰렁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 곳을 관리하고 있는 직원은 새학기가 시작되는 9월부터 학생들의 방문이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관광객이 많이 찾지 않는 다는 것을 한눈에 알수 있었다.

유럽센터가 처음부터 이렇게 관광객들로부터 외면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지난 1990년대 초 유럽센터가 조성되기 시작할때에는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리투아니아정부의 집중적인 지원으로 홍보가 이루어지고 외국인 관광객들도 몰리면서 세계적인 관광지로 부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아이템을 개발하지 못하고 유럽센터 관리를 민간에 위탁하면서 퇴보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다.

리투아니아 정부는 2년마다 유럽센터를 관리할 업체를 입찰을 통해 선정한 후 운영자에게 관리비를 지원하는 대신 무료로 운영하게 하고 있다.이때문에 공식적인 관광객수 조차 집계되지 못하고 있다.

비공식적으로 연간 4만명 정도의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동절기인 11월부터 4월까지는 주말에만 운영하기 때문에 정확한 관광객 숫자는 발표되지 않고 있다.또 상업행위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관리업체가 관광객 유치를 위한 ‘특별한 이벤트’도 개최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지역의 관심이 높을때 여러가지 아이템을 발굴하는 등 강력하게 관광정책을 추진했어야 했는데 이러한 기회를 놓치는 바람에 ‘세계적 관광 명소’로 발돋움하지 못하고 ‘지역 관광지’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이런 와중에 개인이 운영하는 유럽공원과는 상생을 위한 발전방안을 모색하기 보다 서로 견제하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유럽센터쪽에서는 “유일하게 기네스북에 올라있는 유럽의 정중앙”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유럽공원쪽에서는 “유럽센터에는 볼거리가 없어 관광객들이 이쪽으로 온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유럽의 정중앙’을 상징하는 유럽센터와 유럽공원이 경쟁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리투아니아 관광청 올가 곤짜로바 아시아담당은 “독립된 1991년 직후 유럽의 중앙이라는 아이템에 대한 관심이 커 국가에서 많은 지원을 했는데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관심이 사그러지면서 애매모호한 상황이 됐다”며 “홍보를 지속적으로 하고 집중적인 투자를 했어야 했는데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중단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말했다.그는 “유럽센터 옆에 골프장을 건설한 것이 유일한 위안”이라며 “민간에게 관리를 위탁하고 있지만 어떻게 할 것인가 계속 고민하고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취재에 동행한 오민수 양구군 경제관광과장은 “유럽 정중앙의 홍보활동과 사업 등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현지를 답사했는데 오히려 민간 위탁 방식으로 일을 진행하면 안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유럽 정중앙 사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리투아니아의 상황을 ‘반면교사’로 삼아 ‘국토 정중앙’ 양구의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진종인· 방병호

관련기사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