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대중   수필가
▲ 주대중
수필가
서구 문화의 빠른 유입 속에 우리 고유 것이 쉬 사라져가는 시대의 흐름 속에 경호 정자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필자는 큰 충격에 빠졌다.석란정 전소는 가슴이 내려앉는 아픔으로 다가왔다.뉴스 보도에서 강릉 석란정 화재와 아울러 소방관 두 분이 진화과정에서 안타까운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서둘러 현장을 찾았다.겹겹이 쳐진 폴리스라인에 현장을 담을 수도 없겠다는 의구심이 들었다.나의 배경설명에 참뜻을 이해하며 따뜻하게 안내해 주는 소방관의 도움으로 원경과 근경을 여러 장면 촬영할 수 있었다.촬영하기 전에 함께한 아내와 나는 주어진 소임을 다하다 안타깝게 운명하신 두 분의 명복을 빌었다.화재 진압과정에서 소중한 소방관의 목숨을 잃었기에 더욱 가슴이 메었다.직무수행 중 새벽 4시경 세상을 떠난 소방관은 정년을 8개월 앞둔 베테랑 소방관과 8개월째 새내기 초임 소방관의 순직이란다.열악한 소방직무의 시작과 끝이라는 시공에서 느껴지는 상황이었기에 더욱 가슴 저리다.

이 기회에 행정과 입법 관련 분야 정책 입안자도 목숨을 걸고 격무에 시달리는 소방공무원에 대한 직무의 위험도와 곤란도에 따른 마땅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내 생명보다 더 소중한 가치와 철학은 없기에,갑자기 한밤중에 유명을 달리해야하는 열악한 환경을 이해하고 반영하는 정책적 고려가 있어야한다.홀연 소방 공무원으로 직무현장에서 열정으로 땀흘리는 제자의 모습이 아른거려 견디기 힘들다.경호의 수려한 자연풍광과 정자에 대한 관심으로 그동안 많은 사진자료를 소장한 필자로선 여간 안타까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10여 년 전 석란정 사진자료를 만들며 정자의 관리와 현판이 제 위치에 있지 않기에 여러 번 이의를 제기한 적이 있다.지난 2002년 태풍 ‘루사’로 허리잘린 경포대를 마주하며 일간지에 칼럼을 기고한 일이 생각난다.자연재해는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다.

하지만 이 번 일은 한 밤중에 일어난 문화유산 화재다.상식적으로 밤에는 화재가 발생할 수 없는 건축물이다.옆에는 대형 호텔건축 공사로 안전에 문제가 있어 안전망으로 둘러쳐있고 전기시설도 없는 문화재다.누가 봐도 자연재해라 볼 수 없다.사람의 실화, 방화로 짐작이 간다.왜 선조가 땀 흘려 만들어 놓은 소중한 문화유산을 훼손하는냐 하는 문제다.관계기관에서는 철저한 수사로 사실을 시원하게 밝혀주기를 간곡히 바란다.한 번 훼손된 문화유산은 다시 원형을 복원할 수 없다는 어느 전문가의 주장이 떠오른다.

강릉 경호지역에는 현재 13곳의 정자가 남아있다.오늘 화재로 소실된 정자를 제외하면 열두 개소다.예부터 자연풍광이 수려하고 아름다운 곳에 정자를 지었다.쉽게 말하면 산 좋고 물 좋은 곳에 정자를 지었던 것이다.정자는 자연과 인문자원이 어울린 빼어난 조화다.수려한 풍광 속에 인화,풍류,시화,자연 칭송,지역발전을 논하던 곳이다.경호는 문화재로 호수자체도 아름답지만 송림과 동해바다,백두대간 대관령과 어울려 그야말로 자연의 진풍경을 보여주는 곳이다.외국여행 경험이 적지 않은 필자로서 경호는 단연 최고다.자연과 인문자원이 교묘하게 잘 조화된 보기 드문 명승지다.가사문학의 일인자 송강 정철의 관동별곡에서도 극찬한 승지가 아닌가.새삼 20여 년 전 필자가 기획·촬영한 ‘경포대 재조명’ 학습자료가 생각난다.

석란정 전소로 다시 볼 수 없는 문화유산에 대한 아쉬움과 화재 진압 중 유명을 달리한 두 분 소방관을 애도하며 명복을 빈다.아울러 관계기관에서는 문화재 안전관리에 좀더 세심한 관심을 촉구하고,화재의 원인규명을 철저하게 밝혀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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