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크족(Double Income,No Kids)에게 ‘제 밥그릇은 제가 가지고 태어난다’는 말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낯선’이야기다.그들의 생각은 간결하다.“아이에게 시간과 돈을 쏟아 붇기 아깝다.나 자신을 위해 투자하기도 벅찬 상황에서 자식은 무슨, ‘무자식이 상팔자’지”.이 말,‘무자식 상팔자’는 자식 없음을 위로하는 상투적 표현이 아니다.실제 상황이며 현실이다.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가 올해 분석한 내용을 보면 출산 비용과 양육비, 교육비 등을 합치면 아이 1명당 3억9670만 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이런 현실에서 젊은 부부들이 ‘무자식’을 선택한다.

‘무자식’을 산술적으로 표현하면 1+1=0! 다가올 미래 상황을 모르지 않을 젊은 부부들이 아이낳기를 거부하면서 이런 도식이 생겼다.‘무자식’을 결정하는 이유는 오늘의 삶이 팍팍하고,희망이 없기 때문.아이에게 흙수저를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현실적 고민이 깔려있다.실제로 지난해 국내출생아는 40만6200 명으로 1970년 이후 가장 적다.올 상반기 출생아 또한 지난해 상반기보다 12.3% 줄었다.인구절벽과 미래세대 소멸이라는 표현이 결코 과하지 않은 것이다.

출산 포기는 ‘돈’ 문제 뿐 만이 아니다.100세 시대에 예상되는 여러 징후들,은퇴 이후에도 30~40년을 더 살아야 하는 상황에서 자녀들에게 ‘부담’을 지우고 싶지 않은 것이다.이같은 생각의 기저에는 ‘경제적으로 더 나아질 것 같지 않다’는 불안심리가 작용한다.좋은 부모가 되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무자식’이 낫다고 생각하고,그런 삶을 스스로 합리화시킨다.통계청이 발표한 ‘장래가구추계:2015~2045년’에서도 ‘부부 및 자녀’가구가 올해 30.4%에서 2045년엔 15.9%로 줄어드는 것으로 예측됐다.

한국사회의 ‘오늘’을 가리키는 각종 지표는 우울하거나 고통스럽다.10%대의 청년실업률과 높은 자살률,낮은 생산성,고물가,치열한 생존경쟁,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불안감,잔인한 범죄 수법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노인학대와 패륜범죄도 아이 낳기를 주저하게 하는 주요인이다.2013년 1141건이었던 패륜범죄는 지난해 2235건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올해는 7월까지 1092건.아이 낳기가 두려울 법도 하다.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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