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기연   동부지방산림청장
▲ 고기연
동부지방산림청장
유행가 가사 중 이런 말이 있다. “사랑하기에 떠나신다는…”(이정석 ‘사랑하기에’).보통 사랑한다면 곁에 두고 싶고,흠이 있어도 안아주는 것이 인지상정이다.그러나 그러한 무조건적인 사랑이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필자는 소나무도 사랑의 대상에서 잠시 떠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곤 한다.정확히 표현하면,소나무재선충병을 확산시키는 무분별하고 때로는 불법적인 목재취급 방식에서 탈피해야 한다.

소나무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이다.한국갤럽이 2004년과 2014년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민들의 44%,46%가 소나무를 선호 수종으로 응답하였다.소나무는 십장생의 하나로 장수를 나타내고 꿋꿋한 절개와 의지의 상징이다.그러나 국민나무 소나무가 몸살을 앓고 있다.1988년 부산에서 처음 발생한 재선충병 때문이다.발생 이후 방제특별법 제정과 집중적인 방제로 성과도 있었다.하지만 한라산 해발 800m이상 지역과 강원 정선,경북 봉화에서도 감염목이 새로 발생되면서 위기가 다시 고조되고 있다.

재선충병의 확산은 대부분 인위적 요인에 기인한다.국립산림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간(2013∼2016) 재선충병이 신규로 발견된 50개 시·군 중 64%에 이르는 지역에서 발병원인이 목재의 인위적 이동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선충을 옮기는 매개충이 1년에 자연상태에서 이동하는 거리는 최고 3km로 밝혀졌다.그럼에도 파주,춘천 등 북부 지역까지 재선충병이 확산되는 것은 병에 감염된 목재가 인위적으로 이동하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재선충병은 조기 발견과 철저한 방제로 막을 수 있다.2005년 강릉과 동해에서 각각 재선충병이 발생하였지만 완벽방제를 실시한 지역이다.이 지역은 10년이상 새로운 피해목이 발견되지 않는 재선충병 청정지역을 유지하고 있다.정선지역은 2014년부터 현재까지 99본의 감염목이 발생되고 있다.강원도 소나무는 직경이 크고 숲의 면적이 넓다 보니,백두대간 등 소나무 집단 생육지로 감염이 확산되면 그 피해가 클 것이다.잣나무를 포함한 소나무류의 인위적 이동을 관리하기 위하여 동부지방산림청은 9월부터 소나무류 이동차량 관리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소나무류 이동차량이 단속초소를 통과할 경우,QR코드를 통하여 스마트폰으로 확인하는 방법이다.QR코드는 생산자·이동장소·수량·수요처 등 정보를 담고 있으며,이를 통하여 소나무류의 이동경로를 손쉽게 파악 할 수 있다.QR코드는 현재 동부산림청 관내 국유림관리소에서 발급하고 있으며 목상과 나무취급 업자들의 편의를 위하여 시·군 등 산림부서로 발급처를 확대할 계획이다.

우리 정신문화의 중요한 자산인 소나무가 재선충병 때문에 위협받고 있다.소나무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면,무분별한 소나무 취급 관행에서 이제는 떠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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