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존경하는 선생님! 지난 5월에 원주 자택으로 찾아뵙고,오늘은 아주 멀리 선생님 고향에서 뵙는군요.고향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평화로운 언덕,유택이 퍽 아늑해 보입니다.생시에는 자나 깨나 망향의 꿈을 함께 하시더니 이렇게 멋진 곳에 안식처를 마련하셨군요.선생님의 깊은 뜻을 헤아린 고향 분들의 사랑이 진하게 느껴집니다.선생님!조금 전 기념관에 들렸었지요.선생님에게 보고픈 것이 어디 한 둘 이겠습니까만,짙은 안경테 안에 가려진 선생님의 눈동자에는 모든 그리움들이 한데 서려서 금방이라도 눈물방울을 쏟으실 것 같더군요.

한 점 바람같이 영원 속으로 가신 선생님!발길을 돌리며 묘역을 다시 살피니 선생님은 참 행복한 분이라는 생각이 드네요.앞으로는 한산도의 영기와 한려수도의 꿈이 아득히 펼쳐지고,뒤로는 불법의 가피가 내려진 듯 미륵산의 부드러운 산자락이 포근하게 둥지를 튼 자리에 선생님은 천년의 사랑을 베고 잠드셨습니다.돌아가시는 날까지 문학 사랑의 열정으로 만인을 다독여 주신 깊은 연민과 도타운 헌신,그것을 이렇듯 소탈과 낮음의 체취로 감싸고 계시니 혼이 있는 이라면 그 누가 예를 들르지 않겠습니까?

짧은 만남의 자리,선생님의 인자한 눈매에서 이별의 아쉬움을 읽습니다.이제 저는 고향 강원도로 돌아갑니다.선생님을 뵈러 온 나그네 걸음 2000리길,언제 또 와서 뵐 수 있을 지요.비록 떠나더라도 통영바다를 떠올리면서 선생님을 그리겠습니다.그리고 더 보고 싶으면 원주로 달려가겠습니다.‘토지’의 산실에는 항상 당신이 계실 테니까요.

김영칠·춘주수필문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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