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고독사·치매문제 갈수록 심각… 위협받는 황혼의 삶
도내 치매노인 역대 첫 3만명 돌파
배회감지기 303명 사용 1% 보급
65세 이상 노인자살률 전국 최고
고독사·노인대상범죄 위험 수위

강원도가 ‘회색 쇼크’에 빠졌다.강원도는 이미 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비율 14% 이상)에 진입했다.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이에 따른 치매노인 실종사고,고독사,노인 범죄 등 각종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인구총주택조사’에 따르면 도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지난해 25만7668명으로 전년(25만4088명)보다 3600명 늘었다.2005년(18만7994명)보다 37%(6만9674명) 증가했다.

#올해 첫 3만명 넘은 치매환자

지난 10일 오전 11시쯤 인제군 북면 원통체육공원 인근에서 조모(86)씨가 변사체로 발견됐다.치매를 앓고 있는 조씨는 이날 오전 가족으로부터 경찰에 실종신고됐다.최근 도내에서 치매를 앓고 있는 노인이 실종된 후 숨진 채 발견되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강원경찰청에 따르면 치매환자 실종건수는 2013년 157건,2014년 189건,2015년 225건,2016년 195건 등이다.올들어 지난달까지는 121건의 치매환자 실종사건이 발생했다.

고령화에 따른 도내 치매환자가 늘면서 실종사고도 잇따르고 있지만 이들을 찾아내는 데 도움이 되는 배회감지기의 보급률은 턱없이 낮다.국민건강보험공단 집계결과 지난 8월 현재 도내 배회감지기 사용자는 303명으로,도내 치매노인이 3만63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용률은 1%로 매우 저조하다.한편 도내 치매노인은 2013년 2만3944명,2014년 2만5373명,2015년 2만6967명,2016년 2만8510명에서 올해 3만63명으로 첫 3만명 선을 넘어섰다.

#전국 최고 노인 자살률

한림대 고령사회연구소가 2015년 춘천 거주 노인 2034명을 대상으로 생활실태를 조사한 결과 8.2%인 167명이 자살 생각을 심각하게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노인 12명 중 1명이 자살 생각을 심각하게 한 셈이다.1.5%인 31명은 ‘실제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던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강원도의 65세이상 노인자살률은 69.6명(인구 10만명당)으로 전국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다.전국 1위의 오명을 안고 있는 강원도 전체 자살률 35.3명(2015년기준)의 2배에 이른다.우리나라에서 노인자살률은 최근 10년간 강원과 충청 지역이 서로 1·2위를 차지하고 있다.

강원도의 연령별 자살률을 보면 80대 이상이 103.8명으로 가장 높고 50대와 70대 각 80.5명,30대 67.9명,60대 67.2명,40대 60.6명,20대가 51.2명으로 집계됐다.의료와 복지 혜택이 상대적으로 적은 농어촌은 노인 등 자살 고위험군이 많은 지역으로 분류된다.노인의 자살증가 원인으로는 노인인구 증가 및 고령화,중증 및 만성질환,급격한 사회변화로 인한 사회적 고립,경제적어려움,우울증 등 정신질환,가족해체로 인한 고독 등 다양하고 총체적이다.

#‘고독사’ 갈수록 증가


지난 2월6일 오전 11시35분쯤 인제군 인제읍 덕산리의 한 자택에서 80대 노인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홀로 살던 A씨는 이날 도시락 배달을 위해 방문한 봉사자의 신고로 뒤늦게 발견됐다.홀로 죽음을 맞이한 뒤 일정시간이 지난 뒤에야 발견되는 ‘고독사’가 늘고 있다.이는 고령화와 경제문제로 인한 노인 1인 가구가 늘어난 것이 원인이다.최근 5년6개월(2012년~2017년6월)간 도내 무연고 사망자는 모두 254명에 달한다.연도별로는 △2012년 35명△2013년 41명△2014년 35명△2015년 52명△2016년 57명 등이다.올들어 지난 6월까지 도내 무연고 사망자는 34명인 것으로 파악됐다.연령대별로는 40세 미만 3명,40~49세 5명,50~59세 15명,60세 이상 11명 등이다.통계에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빈번한 점을 감안하면 실제 고독사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지난해 12월말 기준 도내 독거노인은 4만1135명이지만 이중 노인돌봄 기본서비스 수혜자는 1만950명(26.6%)에 불과하다.

#노인 대상 범죄 급증

지난 5월29일 오후 6시쯤 춘천의 한 주택 1층에 거주하던 A(51)씨가 만취상태로 2층에 올라가 층간소음을 이유로 B(60)씨 등 2명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A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린 B씨는 현장에서 숨지고 C(90)씨는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앞서 지난 2월7일 원주에서는 의처증 증세를 보이던 D(91)씨가 부인(84)을 집안에 감금한 혐의로 입건됐다.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사회적 약자라 할 수 있는 노인을 상대로 한 범죄가 매년 늘어나는 등 위험수위로 치닫고 있다.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4년간 강원도에서 노인(60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지난 2013년 5363건,2014년 5445건,2015년 5911건,지난해 5965건 등 매년 증가추세를 보이는 것으로 집계됐다.특히 노인 대상 범죄는 남성노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많지만 강력범죄의 경우 여성피해자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만 남은 농촌

농촌 지역에 노인만 남다보니 농업인력 부족난도 고령화의 그늘이 만든 사회현상이다.농림수산식품부의 시·도별 농업분야 외부 고용인력 수요조사 결과(2016년)에 따르면 강원도는 연간 3만630명을 지역내에서 일손을 구하지 못하고 타지역에서 인력을 채용해야만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전국적인 농업인력 부족 인원 연간 30만6965명의 1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시·도별로는 전남(8만2000명)이 가장 일손부족이 심각하며,경북(6만9325명),제주(4만700명),경남(3만3530명)에 이어 5번째다.월별로는 4월 3575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수요가 많고,8월(7319명),9월(6314명) 등 파종기와 수확기에 일손부족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호·이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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