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략폭격기 한밤 최북단 무력시위…北은 '선제행동' 위협
北, 추가도발 사실상 예고…우발적 무력충돌 우려도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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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미국의 서로를 향한 군사위협이 위험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북한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완전파괴' 연설에 강하게 반발하며 '예방적 선제행동'을 들먹이는 등 위협의 강도를 높였고, 미국은 전략폭격기를 북한 동해 국제공역에 전개하며 '무력시위'를 펼쳤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거의 완성단계에 진입함에 따라 북미 간의 대립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이 농후한 상황에서 자칫 사소한 오판으로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할 수 있는 아슬아슬한 분위기마저 감지된다.

북한의 6차 핵실험(9월 3일)과 이에 대응한 유엔 안전보정이사회 결의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전례 없이 거친 말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자극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9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연설에서 "미국과 동맹을 방어해야만 한다면 우리는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을 것"이라고 경고하자, 김정은은 자신 명의의 첫 성명에서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조치 단행을 심중히 고려할 것"이라고 맞받았다.

이 와중에서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을 '늙다리', '불망나니', '깡패' 등으로 칭했고,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을 '미치광이'라고 부르며 물러서지 않았다.

▲ 지난달 31일 한반도에 출격한 '죽음의 백조' B-1B 랜서.
▲ 지난달 31일 한반도에 출격한 '죽음의 백조' B-1B 랜서.

미국의 군사위협은 점차 '말'에서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옮겨가는 양상이다.

미 공군의 전략폭격기 B-1B 랜서 여러 대가 F-15 전투기의 호위를 받으며 23일 밤 북한 동해의 국제공역을 비행한 것이 단적인 예다. 북한의 대형 도발 가능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추가 도발 시 강력한 응징에 직면할 수 있다'는 대북경고를 담은 '무력시위' 성격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군사위협도 계속되고 있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23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연설에서 "미국과 그 추종세력이 우리 공화국 지도부에 대한 참수나 우리 공화국에 대한 군사적 공격 기미를 보일 때는 가차 없는 선제행동으로 예방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북한은 현재 고강도 추가 도발을 사실상 예고해 놓은 상황이어서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감은 더욱 고조될 가능성이 크다.

김정은은 지난 22일 자신 명의로 낸 첫 성명에서 "우리 국가와 인민의 존엄과 명예, 그리고 나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라며 "(트럼프의) 망발에 대한 대가를 반드시 받아낼 것"이라고 위협했고, 리용호 외무상은 북한의 다음 수순이 '태평양 수소탄 시험'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지금까지 북한의 도발에 유엔 안보리 결의 및 독자제재 등 외교·경제적 압박에 치중해 왔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고위 당국자들이 원론적이기는 하지만 잇따라 대북 군사옵션을 거론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는 지금과는 다른 차원으로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관측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북한에 대한 압박을 위해 미군의 전략자산 전개 등 군사력 동원은 필요하다"면서도 "우발적인 무력충돌이 일어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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