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석을 열흘 앞둔 24일 오전 강원 춘천시 성원초등학교에서 북한 이탈주민들이 합동 차례를 지내고 있다. 2017.9.24
▲ 추석을 열흘 앞둔 24일 오전 강원 춘천시 성원초등학교에서 북한 이탈주민들이 합동 차례를 지내고 있다. 2017.9.24
"북녘 고향에 두고 온 부모·형제, 조상님들. 남녘에서 다시 추석 인사 드립네다."

강원 춘천지역에 사는 북한이탈주민 70여 명이 24일 오전 춘천시 퇴계동 성원초등학교 체육관에 모였다.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을 일주일 앞두고 한국자유총연맹 강원도지부 강원북부하나센터가 마련한 합동 차례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제주(祭主)는 북한이탈주민 대표 허모씨가 맡았다.

분향 강신(焚香降神)과 함께 첫 술잔을 올리는 초헌(初獻) 의식을 거행하고서 탈북민들은 일제히 두 번 절을 했다.

도포에 갓을 쓴 허씨는 차례상 앞에 엎드려 축문(祝文)을 읊었다.

"자유를 갈망하여 희생을 무릅쓰고 북한을 탈출했습니다. 어느덧 해가 바뀌어 멀게만 느껴지던 추석이 다시 돌아와 그 뜻을 잊지 못하여 삼가 맑은 술과 여러가지 음식을 정성껏 마련하여 올리오니 두루 흠향하십시오"

축문을 듣던 실향민들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이어 향 앞에 지방을 태우고 재를 향로에 담는 납주(納主) 의식이 집사의 도움을 받아 행해졌다.

평안북도 신의주가 고향인 안모(56·여)씨는 "딸과 함께 한국에 온 지 벌써 8년이 지났다"면서 "명절만 되면 돌아가신 부모님과 북녘에 남은 친척들 생각에 가슴 아프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차주건 강원서부하나센터장은 "북한 이탈 주민들이 고향 땅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고 한 민족임을 기억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며 "이들이 지역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합동 차례가 끝난 후에는 북한이탈주민과 지역주민의 어울림마당 행사도 1부와 2부로 나뉘어 진행됐다.

이들은 체육대회, 장기자랑 등을 즐기며 상호 친목과 소통의 자리를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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