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진   동해해양경찰서장
▲ 김용진
동해해양경찰서장
청명한 햇살과 어우러진 시원한 바람! 일상의 고민을 잠시 내려놓게 되는 가을이다.유난히 길었던 장마기간 동안 육지의 흙탕물,온갖 쓰레기를 받아내고도 어찌 저리 깨끗할 수 있을까? 맑고 풍요로운 동해 바다는 볼수록 아름답고 소중한 보물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가장 낮은 곳에서 세상의 모든 물을 받아들인다고 해서 ‘바다’라고 했던가? 육지에서 내려온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지구환경 최후의 보루이자 소중한 먹거리를 내어주는 최고의 친구이다.

하지만 저 맑고 깨끗해 보이는 바다의 실상은 어떨까? 최근 과학학술지‘사이언스’의 발표자료에 따르면,전 세계 바다의 41%가 심각하게 오염되었고 극지방의 바다 3.7%만이 청정한 상태라고 한다.바다의 자정능력이 이미 한계를 넘어섰다는 적신호다.우리의 동해바다 또한 수온상승,산성화,백화현상 등 으로 시름하고 있고 우리에게 내어주는 먹거리도 매년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해양오염 하면 우리는 흔히 대형 유조선 사고를 떠올린다. 독자들은 2007년 태안 앞바다 허베이스피리트호 사고로 유출된 1만2천㎘ 원유를 123만명의 자원봉사자들이 갯돌 하나하나 손으로 닦아 단기간에 생태계를 복원하여 세계를 놀라게 했던‘태안의 기적’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실제 대부분의 해양오염은 우리가 무심히 버리는 쓰레기,기름 등 작은 오염원들이 축적되며 서서히 진행되고 있다.최근 3년 동안 동해해양경찰서에 접수된 해양오염신고만 133건에 달한다.원인을 살펴보면 대부분 무관심과 부주의에서 비롯된 것들이다.조금 편하자고 선박에서 몰래 버린 폐수,선박에 연료를 넣으며 잠시 한눈을 팔아 바다로 넘쳐버린 기름 등 대부분 편의주의와 부주의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해경은 올해부터 주요 항·포구,해역별로 세분화된 해양오염 예방 종합대책을 마련하여 민·관 협력하에 적극 추진하고 있다. 유관단체들과 함께 시설점검,선박폐기물 해양투기 근절 캠페인을 전개하고 지역별 취약요소를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한편 오염사고 대응능력도 높여나가고 있다.그러나 이러한 대책은 해양산업 종사자의 자발적인 노력과 국민들의 관심이 어우러질 때 비로소 효과가 나타낼 것이다.

‘티끌모아 태산’이라고 했다.1997년 하와이 인근 태평양에서 한반도 면적의 7배에 달하는 쓰레기섬이 발견되어 전세계를 경악하게 한 후 태평양과 인도양에서 여러 개의 ‘플라스틱 아일랜드’가 발견되고 있다고 한다.모두 우리가 내다버린 무관심의 산이다.우리 모두의 작은 관심과 참여만이 다시 건강한 바다를 되찾고 안전한 먹거리를 지키는 열쇠일 것이다.다시 눈을 들어 보니 동해의 파도소리가 우리에게 아픔을 호소하는 바다의 절규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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