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별 생각 없이 TV를 보는데 귀에 쏙 들어오는 뉴스가 있다.우리나라 사람들의 암 발생 추이에 관한 것이었는데 지난해 사망자 10명 가운데 3명이 암이 원인이었다고 한다.암이 흔한 병이 된지 오래고 이에 대한 인식도 많이 달라졌다.예전 같으면 암이 걸렸다하면 모든 게 끝난 것으로 생각했지만 이젠 완치율이 대폭 높아졌다.암이 불치병이 아니라 만성질환쯤으로 생각하는 단계에 이른 것이다.

암이 흔한 병이라는 것 못지않게 그 변화 양상도 시선을 잡아끌기에 충분했다.우리나라 사람은 맵고 짜게 먹는 식습관 때문에 위암이 주로 많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진다.실제로 위암은 사망률이 높은 3대 암 가운데 하나로 꼽혀왔다.이 순위가 지난해 바뀌었다고 한다.2016년 암으로 세상을 떠난 사람 중 폐암과 간암에 이어 대장암이 많았다.위암을 제치고 대장암이 처음 3대 암에 들어간 것이다.

대장암이 이렇게 급속히 늘어난 건 음식문화의 변화와 무관치 않다.쌀 소비가 크게 줄어든 반면 육류 소비가 그만큼 증가한 게 원인으로 지목된다.1940년대 680ml였던 밥그릇 용량이 2010년대에 이르러 3분의 1로 줄어들었다고 한다.우리나라 식습관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하겠다.지난 20년 사이 쌀 소비량은 40% 가량 줄었는데 육류소비는 60%이상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쌀 소비와 암 발병이 이렇게 대비된다는 것이 흥미롭고 또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이전 같으면 없어서 못 먹었는데 이젠 남아도는데 거들떠보지 않게 되었다.쌀은 전통의 주곡인 동시에 많은 영양소를 함유한 기초식량이다.그래서 우리나라 사람은 밥심으로 산다고 한다.밥을 거르지 않고 세끼 제 때 챙겨 먹어야 하루 동안 활동할 에너지를 얻는다.밥심이 부족한 데서 여러 현대적 병증이 생긴다.

엊그제 추분(秋分)이었고 9월도 다 간다.이번 주말부턴 열흘간의 긴 추석연휴가 시작된다.결실의 기쁨을 만끽하는 때지만 요즘 농촌사정은 그렇지 않다.풍년 농사에도 팔 데가 없어 애를 태운다.정부 수매는 한정돼 있고 일반 소비는 정체돼 있다.일정한 소비 기반이 있어야 농업 기반이 유지된다.당장 손익으로 따질 수 없는 문제다.밥 한 그릇에 건강도 챙기고 농업도 살리는 길이 있다.이게 밥심이다.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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