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춘천 ㎞당 111원… 정부 지원 고속도로 ‘2배’ 비싸
정부, 서울∼춘천 36% 보조 불구
엉터리 수요예측·부풀린 예산
대주주 고금리 차입금에 요금↑

강원도에서 교통망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도로와 철도가 2010년 이후 잇따라 뚫리면서 강원도가 서울에서 반나절권으로 가까워졌다.새로 난 고속도로를 이용해 수도권 관광객들이 강원도를 찾으면서 모처럼 경기가 되살아나고 있다.하지만 강원도민이 치러야 하는 대가는 예상보다 크다.민간자본으로 건설되다보니 정부가 전액 비용을 부담한 재정 고속도로보다 2배나 비싼 통행료를 내야하고 통행량이 기준보다 적을 경우 적자까지 보전해줘야 하기 때문이다.민간사업자들이 투자비 회수,물가 등을 고려해 통행료를 산정했다고 하지만 일반 고속도로에 비해 과도하게 비싸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민자고속도로 통행료 논란을 짚어본다.


■ 민자고속도로 통행료 불만 고조

2004년부터 민자고속도로로 추진된 서울춘천고속도로(강일IC~조양IC)는 2009년 개통됐으며 총 61.4㎞ 구간의 통행료는 6800원이다.서울(강일IC)~춘천(춘천JCT)∼동홍천(동홍천IC)∼양양(양양IC) 세 구간을 잇는 서울양양고속도로는 총 구간 150.2㎞에 1만1700원의 통행료를 받고있다.㎞당 기준으로 요금을 환산하면 동홍천∼양양 구간은 ㎞당 57원인 반면 서울(강일IC)~춘천(춘천JCT) 구간은 111원이다.민자구간 통행료가 전체 통행료의 58% 수준이다.서울춘천고속도로의 통행요금을 일반 재정 고속도로 요금산정 방식(기본요금 900원+61.4㎞×주행요금 44.3원)으로 산출할 경우 3620원으로 현재 통행료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다.현재 일반고속도로보다 2배 이상 비싼 통행료를 내고 있는 셈이다.

■ 서울춘천고속도로 정부가 36% 보조

민자고속도로사업은 민간의 자금을 이용해 국가기간시설을 건설하겠다는 것이 본래 취지지만 대부분 민자고속도로가 대규모 정부 지원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 따르면 서울춘천고속도로의 도로건설비는 총 1조7446억원이다.이 가운데 정부가 서울춘천고속도로에 도로건설보조금 4919억원,이미 지급한 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MRG) 보조금 567억원,향후 지급해야할 MRG 보조금 810억원(추정) 등 전체 건설비의 36%인 6296억원을 보조해주는 것으로 나타났다.전체 도로건설비 1조7446억원에서 정부보조금 6296억원을 제하면 순수민간투자액은 1조1150억원에 머문다.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MRG)는 사업자의 수익이 예상보다 적을 경우 적자분을 정부가 보전해주는 제도지만 독소조항이라는 지적에 따라 2009년 폐지됐다.이에 대해 서울춘천고속도로 관계자는 “개통이후 2009년부터 2014년까지 MRG로 577억원,2009년부터 현재까지 통행료 미인상에 따른 보조금 61억원 등 총 638억원을 정부에서 보조받았다”고 밝혔다.이어 “통행량 증가에 따라 2014년 9월부터 MRG 보조금을 받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한편 민자고속도로 정부 부담률은 인천공항이 125%로 가장 높고 서울춘천고속도로는 36%로 8개 민자고속도로 가운데 가장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 비싼 통행료 고금리 차입금이 원인

민자고속도로의 통행료가 비쌀 수 밖에 없는 원인으로 고금리 자금차입을 꼽을 수 있다.서울춘천고속도로의 대주주는 현대산업개발(25%),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15%),한국교직원공제회(15%) 등이다.이들은 고속도로 공사를 하면서 선순위로 한국교직원공제회와 금융기관으로부터 3.44~6.52%의 이자율로 각각 667억원,6006억원을 차입했다.한국도로공사 국공채발행금리가 1.6∼7.2%인 점을 감안할 때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하지만 후순위로 대주주인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와 한국교직원공제회로부터 11.59%의 고금리 이자로 각각 875억원씩 차입했다.한국도로공사 국공채발행금리와 비교해볼 때 서울춘천고속도로가 과도하게 높은 차입이자로 계약이 체결됐음이 그대로 드러난다.결국 대주주인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와 한국교직원공제회는 고금리로 2009년부터 2015년까지 각각 507억여원의 막대한 이자수익을 올리고 있는 사이 소비자들은 비싼 통행료를 내야하는 불합리한 시스템이 만들어졌다.이 때문에 후순위 차입금 금리를 국공채발행금리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 엉터리 수요예측과 공사비 부풀리기

서울춘천 고속도로의 수요예측이 엉터리로 산출됐다는 논란이 개통이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당초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주말 통행량을 고려하지 않아 주말이면 교통정체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서울양양고속도로도 90분 주파를 약속했지만 주말이면 교통체증으로 제 시간을 맞출 수 없는 상황이다.서울춘천고속도로에 따르면 구간 일평균 통행량(양방향 교통량)은 2010년 평균 3만5700대에서 지난달 5만8163대로 38%나 이용률이 증가했다.통행량 증가에 수익률도 덩달아 상승했지만 통행료는 2009년 개통 이후 3차례에 걸쳐 900원이나 인상했다.서울춘천고속도로측은 원가연동제로 사업비와 통행량에 따라 요금 기준을 마련하고 매년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는 자체 산정기준으로 통행료를 책정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공사비 논란도 지속되고 있다.춘천경제실천연합은 서울춘천고속도로 하도급 내역서를 확인한 결과,8850억원의 공사비를 부풀렸다며 통행료 인하를 주장하고 있다.실제 공사를 진행한 하도급업체들이 받은 공사비 7797억원은 총 공사비 1조7446억원의 45%에 불과한 금액으로 시공사가 상당한 폭리를 취한 만큼 통행료를 인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 겉도는 환급금 제도

서울춘천고속도로 개통 전부터 비싼 통행료가 논란이 되자 고속도로측은 총 60억원의 예산을 마련해 춘천,양구,화천,홍천 주민에게 통행료 일부를 환급해주는 지역주민할인제를 시행하고 있다.하지만 통행료 환급의 번거로움과 홍보 부족 등으로 환금급 제도가 겉돌고 있다.해당 지자체에 접수된 환급금은 2013년 23만9283건,2015년 19만1465건,지난해 27만 1682건으로 연간 예산 7억원 가운데 2억원도 돌려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끝> 김도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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