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천을 예단 상자에 담아 주시며
삶아 쓸수록 하얀색이 나온다던 엄마
간절하면 차려진 고사상에서도 백합향이 난단다

하얀 성에가 슬은 겨울창고
마른 풀이 얼어버린 염전을 긁을 때
빛을 따라 이동하던 노란 돌배냄새

여행용 가방의 지퍼를 밀면
눈두덩이를 씻어내던 기억
숨이 죽은 벽지에 덧칠을 하고

시간을 끼워 맞추는 손동작
의미들이 또렷해지는 아주 오래된 파일은
응어리가 밀려야 열리곤 했다

쌀뜨물에 비릿내를 씻어낸 자반 한 손
석쇠 위에서 지글거리며 살이 검어져야
소금 삭혀진 맛도 낼수 있으니


안순·철원 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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