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민들 컨테이너서 명절
피해 수습위해 현장 못 떠나

▲ 산불피해 이재민 최종필(76) 씨 내외가 불탄 집터를 지키면서 조립식 임시주택에서 쓸쓸한 추석을 맞고 있다.
▲ 산불피해 이재민 최종필(76) 씨 내외가 불탄 집터를 지키면서 조립식 임시주택에서 쓸쓸한 추석을 맞고 있다.
“역대 최장 추석 연휴라고 하는데 우리에게는 남얘기 같네요.”

25일 오후 강릉시 성산면 관음리에서 만난 오상원(57)씨는 ‘추석 명절’ 얘기가 나오자 긴 한숨부터 토해냈다.

오 씨는 지난 5월 대형산불이 강릉 성산면과 홍제동 지역을 덮쳤을 때 화마에 집을 잃은 이재민이다.산불로 잿더미가 된 집은 오 씨가 은퇴 후 전재산 2억여원을 들여 구입한 보금자리 였기에 아픔이 더욱 크다.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지 5개월 째.오 씨는 컨테이너를 개조해 만든 임시주택을 거처로 삼고 불탄 집터를 그대로 지키고 있다.6평 컨테이너 바로 옆에는 불탄 집의 철골이 붉게 녹이 슨 채 뼈대만 앙상하게 남아있어 산불 피해 실상을 실감케하고 있다.아내와 딸은 이재민들에게 제공된 송정동의 LH 임대주택으로 옮기고,오 씨만 피해 수습 등을 위해 여전히 현장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오 씨는 “이번 추석에는 아무데도 가지 않을 것”이라며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돼 있는 상태라서 친지들을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더 이상 집을 짓기는 틀렸다”며 “땅이 팔리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도저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이웃집 이재민 최종필(76) 씨도 이번 추석에는 차례를 지내지 않고 성묘만 하기로 했다.타지에서 내려온 자식들을 수용하기에는 임시 거처가 너무 비좁기 때문이다.최 씨 내외는 평생 땀의 산물인 100㎡ 규모의 기와집을 산불로 잃고 전국재해구호협회로부터 지원받은 조립식 주택(18㎡ 규모)에서 생활하고 있다.명절때 찾아올 아들 가족 4명은 집 옆에 창고로 사용하고 있는 컨테이너 박스에서 묵어야 한다.

최 씨는 “산사태 방지공사가 끝나는 내년 봄에나 새 집을 지을 수 있어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내년 설 명절때도 지금과 다를바 없이 보내야할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한편 강릉지역에서는 지난 봄 산불로 252㏊ 산림이 잿더미가 되고 37세대 80명 이재민이 집을 잃었다. 이서영 arachi21@kado.net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