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초록이 옅어지는 길숲에
빠알간 뭔가 아른거려
살며시 다가간다


백로(白露)바람에
한들거리는 코스모스
꽃가마 타고 가는 신부 같아
갑자기 숙연해 진다


나이탓인가
보자마자 애착이 가
생내 처음 본듯
꽃잎을 만지작 거린다


코를 가까이 하기도
품에 안아 보기도 하며
마치 연인을 만나도
이 같이 않을듯


이는 세월이 빚은 완숙이련가
코스모스 몇 송이
한해를 곱게 물들이고
짚신 같은 이 마음을


이리도 따스하게 매만질까


이건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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