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비·해태·황소 … 조형물로 부족한 땅 기운 보완 염원
중국·일본에 없는 고유 풍수
액막이 목적 탑·석상 등 설치
“풍수세상은 길·흉만 있을뿐
비보로 흉지 ‘명당’ 못만들어”

비보(裨補)란 풍수적으로 부족한 땅의 기운을 인위적으로 보충해주는 것을 말한다.비보풍수는 신라 말, 도선(道詵)의 비보설에서 비롯한 것으로 중국이나 일본에는 없는 한국 풍수의 한 특징으로 꼽기도 한다.

고려시대는 도선의 비보사탑설에 의하여 경향(京鄕) 각지에 비보소를 설치했고, 산천비보도감이란 관청까지 있었다. 조선시대에도 많은 고을에 동수(洞藪)라는 숲이나 돌탑 등의 비보물을 조성하였다. 서울인 한양에는 남지(南池), 해태 등 풍수적 보완을 하는 비보물이 조성되었다.조선시대의 해태로부터 최근의 비보물에 이르기까지 그 실례를 살펴보자

① 경복궁 정문 옆에 설치된 해태상

우선 경복궁 좌향에 대한 풍수의 술수(術數)적 설명은 다음과 같다.조선 왕조의 정궁인 경복궁은 나경으로 임좌병향(壬坐丙向)인 남향을 하고 있다. 병향(丙向)은 오행의 큰 불을 상징하는 양화(陽火)인데 조산(朝山)인 관악산이 불꽃처럼 타오르는 화산(火山)이어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것이다.경복의 조산(朝山)인 관악의 화기를 한강수가 차단해 주기는 하지만 역부족이라 수성(水性)이 강한 해태상을 대궐 문 앞에 세웠다고 한다. 방대한 량의 실존적 한강수도 감당할 수 없는 화기를 해태상을 설치했다고 화기를 제압할 수 있을까.

② 신라호텔 앞의 액막이 탑

2001년 4월말, 남산 2호 터널이 재개통 될 때, 신라호텔의 매출이 급격히 감소하였다. 터널의 충살이 호텔을 때린다는 풍수가의 진단에 따라 신라호텔 입구에 액막이 탑을 세운 것이다. 이후 호텔의 실적이 호전되었다는 설명이다.터널 출입구와 호텔 본건물과는 멀리 떨어져 있는 이 작은 액막이 탑이 거대한 호텔을 어찌 보호해 줄 수 있겠는가. 호텔은 액막이 탑과는 무관하게 영업이 잘 되는 명당에 자리하고 있다

③ 복원한 숭례문

숭례문의 편액은 다른 곳과는 달리 세로로 쓰여 있는데, 숭례(崇禮)라는 글자가 불꽃을 상징하니, 이화제화(以火制火)의 뜻이 담겼다는 속설이 전한다. 그야말로 속설에 불과하다. 숭례문 터가 자리한 곳이 흉지이니, 어떠한 비보의 기증도 작동할 수 없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④ 뚜꺼비 빌딩의 두꺼비상

예로부터 중국에서는 두꺼비(蟾)를 길한 것으로, 특히 삼족(三足)두꺼비는 영물로 취급하였다. 속담에 ‘봉황은 오동이 없으면 서식치 않고, 두꺼비는 재물의 땅이 아니면 살지 않는다‘고 하여 초재(招財;재물을 불러들이는)풍수에서는 항용 거론되는 것이 두꺼비다. 또한 두꺼비 조형물을 설치할 경우, 어떤 시간에 어디를 향해 놓아야 한다는 등의 구구한 속설이 많다.건물이 자리한 곳이 대부분 명당이 아닌데, 두꺼비 조형물을 설치했다고 땅의 기운이 명당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⑤ 이천 치킨 대학(BBQ) 입구의 닭 석상

이천 치킨 대학(BBQ) 입구의 닭 석상은 닭이 알을 품었다는 금계포란(金鷄抱卵)을 상징한다는 의미를 담았다는 해석이 있다.치킨사업을 하는 BBQ가 닭의 조형물을 세운 것은 회사의 이미지에 부합하는 홍보물로는 적합할지는 모르지만, 풍수의 비보로는 작동하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다. 이 일대가 대부분 자리가 될 수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⑥ 여의도 대신증권 앞의 황소상

서울 여의도 대신증권앞의 황소상은 황소를 영어로 불(bull)이라고 하는데, 증시에서 불 마켓(bull market)이란 장기간에 걸친 주가 상승을 뜻한다. 증권회사 앞에 비보물로 황소를 조영한 것은 상징성이 잘 어울린다. 그러나 이 증권회사의 터가 명당에 자리하니, 영업이 잘되는 것은 황소의 비보물과는 무관한 일이다.

⑦ 서린동 SK사옥

어떤 풍수가는 SK서린동 사옥은 거북이가 물을 마시는 영구음수(靈龜飮水)형의 명당이라고 말하고 어떤 풍수가는 이곳의 화기(火氣)가 강한 땅이라고 한다. 그래서 거북이가 물을 잘 마시어 재물운도 좋아지고 화기도 제압할 수 있도록 거북이 발톱을 상징하는 조형을 했다는 것이다. 이런 간단한 조형물로 거대한 SK건물의 기운이 길하게 바뀔 수 있다면, 일반 상점은 조그만 비보물만 설치해도 모두 영업이 잘 돼야 할 것 아닌가. 풍수의 본질과는 무관한 터무니없는 발상에 지나지 않는다. 이 터는 자리가 안되었지만, SK 의 발전은 그의 선영에서 연유한다.


▲ 손건웅(孫健雄) 풍수유람가    ·춘천고등학교·강원대 학교 졸업    ·네이버카페 ‘동강의 풍수유람’ 운영    ·저서 ‘세상을 풍수로 보다’ 외 1권
▲ 손건웅(孫健雄) 풍수유람가
 ·춘천고등학교·강원대 학교 졸업
 ·네이버카페 ‘동강의 풍수유람’ 운영
 ·저서 ‘세상을 풍수로 보다’ 외 1권
풍수를 신앙처럼 생각했던 조선시대에 해태의 조형물과 세로로 쓴 숭례문의 글자가 화기를 막아 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지금의 잣대로 비판할 수는 없다. 외부에서 마을 안이 휑하니 보이는 것을 가리기 위해 조성한 동수(洞藪)나 마을 입구에 설치한 액막이 탑 등은 생태환경 보존과 주민들의 심리적 안정을 주는 측면에서는 계승 발전시킬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런 것에 의한 풍수적 효과는 없다는 것이 필자의 주장이다.세상에는 완벽(全美)한 땅이 없기 때문에 그 부족한 부분을 보완한다는 것이 비보풍수의 논리다. 존재하지 않는 완벽한 땅을 상정한다는 것 자체가 땅의 현상을 판독하는 풍수의 본질에서 벗어난 생각이다 . 풍수로 보는 세상은 길과 흉만 있을 뿐이고, 길하면 길한 것의 대소(장단)을 분별할 뿐이다. 비보가 흉지를 보완하거나 명당으로 만들어주지 않는다.유사한 논리로 인테리어 풍수는 풍수적 효용이 없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좋은 터에 자리한 양택은 방위와 색(色)을 구별하지 않고, 비보 조형물이 없어도 그곳에 거주하는 사람에게 좋은 기운을 줄 것이다. 사상누각(沙上樓閣)이란 말이 있듯이, 터 자체가 흉지에 자리하는데 출입문의 방위를 바꾸거나 풍수인테리어를 한다고 흉지가 명당이 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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