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추석 앞둔 봉평 시장
주민·관광객 남녀노소 인산인해
50년 메밀베개 장사·40여 약초
퓨전 사과파이·초코감자 등 인기

▲ 추석밑 붐비는 봉평장   봉평5일장이 열린 지난 27일 제수용품을 사려는 주민과 관광객들로  시장이 크게 붐비고 있다.  박상동
추석밑 붐비는 봉평장
봉평5일장이 열린 지난 27일 제수용품을 사려는 주민과 관광객들로 시장이 크게 붐비고 있다. 박상동
추석 명절을 5일 앞둔 평창 봉평5일장.메밀꽃 필 무렵의 허생원이 거닐었을 정겨운 장터 풍경이 그대로 살아있었다.오래된 건물은 사라졌지만 100년 가까이 이어져오는 상인들의 웃음이 장터 곳곳에서 피어올랐다.하지만 상인들이 거래하는 품목은 강산이 수차례 바뀐 탓인지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수수부꾸미,메밀부침은 여전했지만 커피에 메밀이 더해진 ‘메미리카노’,파스타에 메밀이 섞인 ‘메밀파스타’ 등 새로운 메뉴가 손님들의 이목을 끌었다.

지난 27일 찾은 봉평시장은 동네주민들과 관광객들이 어우러지며 오랜만에 장터다운 장터로 변했다.궂은 날씨에도 어린이부터 지팡이를 짚은 어르신까지 인산인해를 이뤘다.시장에서 메밀 베개속을 파는 대흥상회 대표 김형래씨는 “아버지의 대를 이어 50년간 시장에서 메밀 가공사업을 해왔는데 메밀 알갱이는 먹고 껍데기는 베개 속으로 사용할 정도로 메밀은 버릴 게 없다”면서 손님들을 끌어모았다.“메밀의 차가운 성분 때문에 일반 베개와는 달리 머리를 맑게 해 준다”며 부모세대부터 전해진 취침요법을 하나씩 공개했다.

약초꾼들도 봉평시장 한쪽에 자리잡고 가을 산에서 나는 보물 40여가지를 내놓자 관광객들로 금세 북새통을 이뤘다.상황버섯,영지버섯,야관문,산당귀,참옻나무,토종꿀 등 셀 수 없이 많은 약초에 너나없이 지갑을 열었다.봉평장의 별미도 관광객들의 쇼핑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유기농 수수부꾸미부터 허생원 막걸리까지 메밀로 시작돼 메밀로 끝나는 메밀 맛의 향연이 장터 곳곳에서 펼쳐졌다.또 70,80년대 유행했던 샌드과자와 건고추도 한가득 쌓인 것을 본 한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옛 이야기를 들려주는 풍경도 눈에 띄었다.

이효석 작가의 캐릭터가 걸린 한 커피 전문점도 관광객들의 눈길을 잡아끌었다.가게 주인 허태은씨는 이효석 작가의 소설 속 주 무대인 봉평시장의 역사를 술술 풀어냈다.이곳에서는 특제품 ‘메미리카노’가 단연 인기였다.메밀 중에서도 가장 쓴 메밀을 볶은 뒤 갈은 분말을 원두커피를 섞어 만든 것이 메미리카노다.봉평시장에서만 맛볼 수 있는 구수하고 깔끔한 맛에 단골손님이 꽤 생겼다.

사과파이,초코감자와 같은 평창동계올림픽을 준비해 만든 퓨전 메뉴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단연 인기 먹거리로 통했다.올림픽 기간 봉평을 찾을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대접할 먹거리를 미리 선보이는 자리였지만 국내 관광객들의 입맛도 사로잡아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개최를 예감케했다.

김형일 평창 봉평상인회장은 “막국수,메밀찐빵,메미리카노,초코감자,사과파이와 같은 별미가 관광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어 평창동계올림픽이 두렵지 않다”며 “메밀꽃 필 무렵의 무대가 전 세계인의 무대가 될 수 있도록 남은기간 더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신관호 gwanho@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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