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학교는 상생이다] “장애 편견, 풀어야 할 숙제” 지역주민과의 소통 필요
동해지역 설립 일부 주민 반대, 개발 제한 주장 설득력 없어
오히려 대규모 아파트촌 조성
주변 상가 공시지가도 16배↑
도 특수교육 대상자 3000여명 학교 부족해 통학만 4∼5시간

▲ 춘천 지역에 특수학교가 들어선 이후에도 아파트가 잇따라 조성되면서 집값 하락은 설득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영
▲ 춘천 지역에 특수학교가 들어선 이후에도 아파트가 잇따라 조성되면서 집값 하락은 설득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영
특수학교 설립문제가 교육계 화두로 떠올랐다.무릎을 꿇고 특수학교 설립을 호소한 학부모를 담은 영상은 특수교육 대상자에 대한 우리사회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줬다.강원도 역시 예외는 아니다.강원도교육청은 지난 2014년부터 동해특수학교(가칭) 설립을 추진해왔으나 일부 주민들의 반대로 2019년 3월 개교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현재 운영중인 강원도내 특수교육 주변을 집중 취재,특수학교 설립 반대의 주요 근거인 ‘집값 하락을 불러오는 개발 제한과 재산권 침해’ 주장을 점검했다.

■ 특수학교 주변 대규모 아파트단지 설립

특수학교 설립의 가장 큰 반대 논리인 ‘집 값 하락’은 설득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춘천의 경우 특수학교가 들어선 이후에도 아파트가 잇따라 조성,‘특수학교가 들어서면 지역개발에서 제외된다’는 주장을 빗겨갔다.춘천명진학교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는 미니 신도시급인 우두택지지구 조성이 지난 2005년부터 추진되고 있다.부지가 42만여㎡에 달하는 우두택지지구에는 총 3200여세대의 주택단지와 초교 1곳,공원·녹지 등이 들어선다.2006년에는 명진학교 바로 옆에 800세대 규모의 코아루아파트가 지어졌고,이보다 한 해 전인 2005년에는 명진학교에서 200m도 안되는 거리에 롯데인벤스아파트(700세대)가 건립됐다.

춘천계성학교의 경우 1990년대 중반부터 아파트촌이 형성됐다.1995년 동아아파트(390세대),석사주공2단지(1309세대)가 들어선 데 이어 1997년에는 석사청구아파트(438세대)가 입주를 시작했다.지난 2008년에는 춘천계성학교에서 도보로 15분 거리에 1792세대에 달하는 대규모 아파트인 ‘포스코 춘천더샵 아파트’가 들어섰다.바로 옆에는 1123세대 규모인 일성트루엘더퍼스트 아파트가 내년 6월 준공 예정이다.

■ 특수학교 주변 상가 ㎡당 30만원 육박

춘천동원학교가 위치한 춘천시 신북읍 천전리의 한 상가도 27년 새 단위면적(㎡) 당 개별공시지가가 16.6배나 뛰었다.국토교통부 부동산 공시가격 알리미에 따르면 1990년 1만6000원이던 공시지가는 1991년 2만8600원,1992년 3만3100원,1993년 3만3600원으로 상승을 거듭하더니 10년 뒤인 2000년에는 6만9800원으로 4.3배 올랐다.그 후에도 7만9800원(2001년),10만9000원(2004년),14만원(2006~2007년) 등 오름세를 지속,올해 이 상가 개별공시지가는 26만5600원을 기록했다.1990년과 비교해 16.6배 차이다.투자가치에 주변 특수학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게 주변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강릉오성학교 인근 A아파트도 10년 동안 개별공시지가가 상승세를 보였다.2007년 20만5000원이었던 이 아파트 단위면적(㎡) 당 개별공시지가는 2010년·2011년 21만7000원,2014년 23만2100원에 이어 올해는 28만9800원을 기록했다.특수학교가 집 값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은 연구결과로도 확인됐다.지난해 4월 부산대교육연구소가 교육부의 의뢰로 전국 167개 특수학교 주변의 부동산 가격을 조사한 결과 2006년부터 2016년까지 특수학교 인접지역(반경 1㎞) 땅 값은 연평균 4.34%올랐으며 그 보다 먼 지역(반경 1~2㎞)은 땅값 상승률이 4.29%로,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춘천시 신북읍에서 부동산을 운영하고 있는 김중희(54) 공인중개사는 “장애학교가 있다는 인식만 하지 학교 때문에 집 거래를 피하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 매일 100㎞ 통학하는 장애학생

강원도교육청이 파악한 도내 특수교육대상자는 3000여 명 규모다.2013년 3483명이었던 특수교육대상자들은 2014년 3462명,2015년 3435명 등 해마다 감소하고 있지만 여전히 3000명 선을 유지하고 있다.2016년 특수교육대상자는 3152명이었으며 올해는 3112명으로 파악됐다.하지만 도내 특수학교는 공·사립 포함해 7개에 불과하다.이마저도 춘천 3곳(춘천계성·춘천동원·강원명진),강릉 1곳(강릉오성),원주1곳(원주청원),속초1곳(속초청해),태백1곳(태백미래) 등 일부 지역에만 집중,타 시·도에 거주하는 특수교육대상자들은 통학에만 하루 4~5시간씩 허비하고 있다.도교육청이 강릉오성학교 학생 16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6%에 달하는 43명은 통학거리가 26㎞ 이상(자동차로 약 40분 소요)인 것으로 파악됐다.이중 26~50㎞에 해당하는 학생들은 20명으로 집계됐으며 통학거리가 51~100㎞인 학생도 23명이나 됐다.강릉오성학교 재학생 중 동해·삼척에 거주하는 특수교육대상자의 경우 장거리 등·하교가 불가피,생리적인 문제 해결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도교육청이 2019년 3월1일 개교 목표로 원주 봉대리 옛 봉대초교 부지에 원주특수학교(가칭)을 짓고 있으나 영동권 특수학교 착공은 요원한 상태다.

■ 특수학교·지역주민 상생은 필수

특수학교가 지역주민 공동체를 해치지 않으면서 여러 우려를 불식하고 성공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지역주민 간의 상생이 필수다.현재 운영중인 특수학교 주민들은 학생들의 돌발 행동으로 난처한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춘천의 한 특수학교 인근 주민 김모(71·여)씨는 “한달여 전 학생이 학교 밖을 뛰쳐나와 밭에 서 있어서 깜짝 놀란 적이 있다”며 “원래는 교사의 보호 아래 외출을 하는데 그날은 학생이 먼저 나와 당황했다”고 말했다.인근 상인도 특수학교 학생이 화장실에 놓은 세제를 마신 사건이 발생한 적이 있어 한바탕 소동을 빚었다고 전했다.

이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특수학교에서는 다양한 주민친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강원명진학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치료실을 일반에 개방,1회 이용에 5000원 정도의 요금을 받고 침,안마 서비스를 제공한다.솜씨가 좋다는 입소문이 나 하루 평균 이용자는 15명에 달하고 인원이 가득 차 발걸음을 되돌리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강릉오성학교는 오후 5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시간당 8000원을 받고 체육관을 개방하고 있으며 오는 26일에는 오성축제도 계획,주민들을 초대해 학생들이 수확한 농작물을 판매하고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속초청해학교는 직업훈련실로 마련한 김치제조 공간을 인근 중학생들의 자유학기제 직업체험 공간으로 제공했다.지난해에만 인근 중학생 330여 명이 이곳에서 김치제조 과정과 식품제조기업의 위생처리 등을 익혔다.

강원도교육청 역시 동해특수학교가 설립되면 카페,운동장,체육관,도서관,건강증진실 등 학교시설을 지역주민들에게 개방하고 직업훈련실을 활용해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한 평생교육을 실시할 계획을 세웠다. 오세현·노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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