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격장 유탄 사망은 예고된 참사,철저한 문책과 대책 있어야

철원에서 지난 달 26일 발생한 육군병사 사망 사고 원인이 도비탄(총탄이 딱딱한 물체에 부딪혀 튕겨 난 것)이 아닌 ‘유탄’으로 밝혀졌다.국방부는 특별수사를 통해 숨진 병사가 인근 사격장에서 직선거리로 날아온 유탄에 머리를 맞고 숨졌다고 밝혔다.‘도비탄에 의한 사망’이라던 최초 발표가 거짓으로 드러난 것이다.늦게나마 진실이 밝혀져 다행이지만 졸지에 목숨을 잃은 고인의 억울함은 풀길이 없다.국방부는 사고가 발생한 문제의 사격장을 폐쇄하는 한편,유사 사고 우려가 있는 군부대사격장 50여 개를 사용 중지키로 했다고 밝혔다.재발 방지를 위해 사격훈련장 안전관리 인증제를 도입하겠다는 방침도 내 놓았다.

그러나 자식들을 군에 보낸 많은 부모들은 마음을 놓지 못한다.총기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대책을 쏟아내고, 재발방지를 다짐하지만 끔찍한 사고는 어김없이 되풀이 된다.사격장 안전관리 문제도 마찬가지다.군 당국은 사고가 발생한 사격장 주변에서 탄흔 70여 개를 발견했다.사격훈련 때 빗나간 유탄이 표적지 뒤편 방호벽을 넘어 나무를 관통했다는 의미다.장병이 숨진 전술도로가 ‘죽음의 도로’나 마찬가지였던 셈이다.군 관계자는 조사를 마친 뒤 “방호벽 뒤편 나무 등에 탄흔이 있다는 점을 (해당 군부대가)모를 리 없다”며 “이번 사고는 예고된 참사”라고 했다.어이없고 기막힌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사고로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또다시 무너졌다.지난 2014년 고성군 동부전선 최전방 GOP(일반전초)초소에서 임 모병장이 장병들에게 수류탄을 던지고 K2소총을 난사해 5명이 숨지고 7명이 중경상을 입은 사고가 발생했을 당시,군 당국은 엄격한 총기관리를 약속했다.훈련과 경계임무시 총기 휴대가 필수인 부대에서 총기사고가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지기 때문이다.그런 사정을 모를 리 없는 군이 이번 사고를 방치(?)하다시피 했으니 책임을 피할 수 없다.말단 지휘자 몇 명 문책한다고 해결 될 일이 아니다.

우리의 안보 상황은 그 어느 때보다 위중하다.북한의 도발이 언제 어떤 형태로 전개될지 예측불허다.북한의 도발을 강력 응징해야 할 군이 안전불감증과 기강해이로 안에서부터 허물어진다면 군을 어떻게 믿겠는가.군은 철저한 안전수칙 준수와 엄격한 총기관리로 억울한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이번 사고로 목숨을 잃은 병사와 부모에 대해서도 군 당국은 최고의 예우를 갖춰야 한다.그것이 억울한 죽음을 막는 첫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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