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선   전 춘천석사초 교장
▲ 김학선
전 춘천석사초 교장
올 추석은 유난히 앞뒤가 넉넉한 시간을 갖고있어 2~3일전부터 많지않은 가족들이지만 하나둘 모여들기를 이틀, 그리고 두 밤낮 여자들은 주방에서 뭔 이야기거리가 그리도 많은지 웃고 또웃고 두명이 아니라 대여섯은 되는가 싶었고, 남자들은 소주잔 기우리며 흉인지 칭찬이지 점점 톤이 높아지는데 아이들은 너나 할것없이 스마트폰에서 눈을떼지 못하면서도 한 손으로는 먹을것을 골라 입으로 가져가는 모양새를 지켜보는 늙은이들의 행동거지는 어디에 초점을 두어야 할지몰라 기웃거리다 TV앞에 자리하고 말았다.

그렇게 이틀을 볶아치고 추석날 이른아침 여섯시가 지난시각에 상차림을 다하고 일곱시에 향을 피우고 ‘추석절을 맞아 조상님께 삼가 맑은 술과 갖은 음식을 여느해와 마찬가지로 공경을 다해 받들어 올린다’고 고하고 남녀 모두가 함께 절을하고 상을 물려 아침먹고 마무리지까지.

여덟시가되어 1차 한집은 가고 남아있는 몇사람이 산소를 찾아 참배하고 내려와 점심상을 물리고 남은집 마저떠나 삼일동안의 볶아침이 막을내리니 집안은 썰렁하고 두 늙은이는 넋나간 사람처럼 거실에 주저앉아 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추석명절을 이렇게 보내면서 해가넘어가 전화 걸 곳도,안부를 물을곳도 없어 애꿎은 TV채널만 못살게 굴다가 저녁을 먹는둥 마는둥 마치고 컴퓨터 앞에앉아 로또 복권 서른개가 단 하나도 등수 근처도 가보지못한 안타까움을 곱씹어보니 복이 없는놈이 그렇치뭐 싶은생각에 흥밋거리 뉴-스라도 있나하고 이곳저곳 돌아다녀도 내마음을 달래 줄만한 내용을 찾지못해 돌아 앉고말았다.혼자 우두커니 의자에 앉아 생각해보니 이런게 ‘괴롭움과 외로움이 겹친 경우’인가 싶어 아무에게라도 전화 해볼까 했지만 자신이 없다.넋두리도 푸념도 들어줄 사람없는 이 괴로움과 외로움은 누가 달래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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