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열 영동본부 취재부장

 "갑자기 머리가 멍해지는 느낌입니다. 결국 이렇게 될 일을 그렇게 매달렸나 생각하니 한마디로 허탈합니다."
 두산이 (주)승산에 골프장 등 경포지구 위락시설 조성사업을 매각기로 했다고 전격 발표한 지난 25일 강릉시 한 간부는 매각계획을 전하러 온 두산건설 김홍구 사장에게 한대 얻어 맞은 것 같다는 표현으로 섭섭한 심사를 전했다.
 9년간이나 공들였던 파트너가 갑자기 새 파트너를 소개시켜 주겠다고 하고는 불쑥 떠나가는데 대한 황당함이랄까. 때론 아쉬운 것 챙겨주며 달래도 보고, 때론 엄포도 놓아보며 함께 잘 살기를 학수고대했던 반려자의 입장이었기에 강릉시는 그날 떠나는 파트너에 대해 유감이 없을 수 없었다.
 지난 94년 경포에 골프장 콘도 유희시설 등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아래 민자사업자로 선정된 이후 9년간 기대와 실망을 반복케했던 두산기업은 지금 그렇게 매각이라는 지극히 '기업적인' 방법을 통해 경포에서 발을 빼고 있다.
 "골프장 조성에 탄력을 붙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새로운 기대도 움트고 있는 상황이고 보니 매각에 대한 평가는 일단 뒤로 유보해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영동지역 관광 1번지라고 하는 강릉 경포지구 위락시설 조성 사업이 9년간이나 아무런 결실을 보지 못하고 결국 사업권자가 바뀌게 된 안타까운 상황만큼은 이 시점에서 반드시 되짚어 봐야 할 일이다.
 돌이켜보면 강릉에서 경포 골프장 만큼 장기적으로 애를 태우게 한 사업이 또 있을까 싶다. 사업착수 6년만인 지난 2000년 도로부터 조건부 사업승인을 받고 다시 2년을 기다려 지난해 5월에는 착공식까지 가졌던 경포 골프장은 지금도 계획상 현재 진행형이다.
 경포 바닷가 노른자위 땅에 계획된 콘도는 지난 97년 건축허가까지 받았지만, 아직 첫삽도 뜨지 못하고 있다.
 유희시설은 "기존 대상지가 학교부지 등을 포함하고 있는 어려움 때문에 타 후보지 물색 등 대안이 필요하다"는게 두산측 설명이다.
 결국 지난 9년간 경포지구 위락시설 사업은 결실을 본게 하나도 없다. 물론 인·허가 과정과 토지매입의 어려움, 또 지난 97년말 6·25전쟁후 최대의 국난이라는 IMF경제한파 등을 겪으면서 숱한 기업이 형체도 없이 해체되고, 살아남은 기업 또한 극한 생존경쟁을 벌여야 했던 상황 등을 이해 못할바도 아니다.
 그러나 9년이라는 세월을 미생지신(尾生之信) 처럼 믿으며 기다려온 강릉시로서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첨단 경쟁시대에 공백이 너무나 크다.
 그 공백을 하루라도 빨리 메워 경포를 4계절 체류형 종합 관광지로 가꾸려는 마음 때문에 경포의 환경훼손 우려에도 불구하고 때론 '당근'을, 때론 엄포성 '채찍'을 들며 줄기차게 조기사업을 촉구한 것이 아니겠는가.
 지금 경포는 음악분수 설치를 놓고 또 한차례 논란에 휩싸여 있다. 철새 도래지인 경포호의 생태·문화적 특성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우려와 관광객 유입을 촉진시키는 볼거리 확충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논리가 맞서고 있다.
 경포에 계획대로 위락시설이 들어섰더라면 이런 시설물을 놓고 지역사회가 지금 논란을 벌이는 상황까지 연출됐을까, 반문해 본다.
 그래서 2004년 10월의 약속은 더욱 무게를 갖는다. 매각 이후 약속이 이행되지 않으면 첫사업자인 두산이 '원죄'를 떠안는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 이라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두산은 지금 그 약속의 의미를 되새겨 "좋은 파트너를 소개시켜 줘 끝까지 믿음을 지켰다"는 평가를 받기를 진정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