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성배   동해주재 취재부국장
▲ 홍성배
동해주재 취재부국장
도시에 침묵이 흐르고 있다.꾸지람을 듣고 풀이 죽은 아이처럼 도시의 불빛도 흐릿하다.생기를 잃는다는 것은 무엇에 의해 맥이 빠지고 가지고 있던 에너지를 한꺼번에 잃는 것.의욕에 찼던 사람이 기대했던 것에서,믿었던 사람에게서,꿈꿔왔던 미래에서 대해서 한순간 믿음이 깨지고 말면 한동안 그 생각에서 허우적 거린다.사람의 기운이 이런데 사람과 사람이 사는 도시에 생기가 없고,싱싱함이 사라지고,에너지가 떨어진다면 그것은 분명 죽음에 이르는 도시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요즘 동해시가 그런 느낌으로 다가오고 있다.한 도시에 대학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무슨 의미를 가질까?지난 91년부터 지역에 교육의 바람을 불어넣으며 동해시와 함께 생사고락을 같이했던 한중대학교가 폐교라는 ‘사형 선고’를 교육부로 받았다.20일간 행정예고를 갖은 뒤 청문회 절차도 거쳐 이달 내 당장 폐교된다.멀쩡히 학교를 다니던 1000여명의 학생들은 황당할 수 밖에 없다.인생의 경로를 이탈해 시간을 허비할 수 밖에 없는 구조에 직면했다.100여명의 교수와 교직원도 폐교 조치에 직장을 잃고 거리에 나앉게 생겼다.

대학이 폐교 위기를 맞기 전 이를 막기위한 기회도 있었다.14년간 임시이사(관선이사)가 발령 받아 부실한 학교의 경영을 개선할 수 있도록 했다.하지만 한중대는 이런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다.무엇보다 가장 큰 피해는 학생들이다.다니던 대학을 포기하고 다른 학교로 편·입학 해야하는 불편함을 감내해야 한다.지역의 학생은 타지역으로 옮겨 대학을 다녀야 해 경제적 부담도 안아야 하며 그보다 앞서 타 대학에서 먼저 학생들을 충분히 수용해 주느냐가 더 큰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

어렵게 정착시킨 대학이 폐교에 직면하면서 지역은 더 큰 위기에 봉착했다.무엇보다 젊은 학생들이 도시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 이번 한중대 폐교 사태의 가장 큰 손실이다.도내의 인구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고 초 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각 지역마다 젊은이들을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동해시의 인구는 지난 7월31일 기준 9만2847명으로 점점 줄어들고 있다.이를 줄이기 위해 시가 다양한 인구 유입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좀처럼 제대로 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있다.이런 와중에 26년동안 지역과 함께한 대학을 하루아침에 잃게 됐으니 대학의 학생수 만큼의 인구와 관련 산업,문화 등을 어떻게 늘려 갈지 고민이 아닐 수 없다.그야말로 산토끼를 잡으려다 집토끼마저 놓친 격이다.

이번 대학의 폐교사태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우선 대학 공동체를 이끌어가는 교수와 교직원 등 학교 내부에 있다는 것이 지역사회의 중론이다.공동체가 결집을 못하고 사분오열의 모습을 보이고있는 데다 위기에 처한 학교를 뒤로 한채 뿔뿔이 흩어진 것이 사태를 막장으로 몰아넣었다는 시각을 지울 수 없다.지역사회도 무한 공동책임을 져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대학이 더 깊이 뿌리내리고 성장할 수 있도록 관심과 우회적 지원이 더많이 뒤따랐어야 했는데 부족한 감이 없지 않다.

교육당국도 대학 폐쇄 이후 지역의 위기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 봤는지 묻고 싶다.뒤늦게 공립화 추진 범 시민대책위원회를 만들었으나 대학을 살리기에는 시간이 너무나 부족했다.이제 동해시에 새로운 대학을 설립하기는 영원히 어려울지 모른다.지역의 젊은 인재가 유출되고 타지역의 인재가 찾지 않는 도시.그것은 향기를 잃은 꽃일 것이다.문제는 소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못하는 현실이다.머지않아 인적의 한산함이 공포로 다가올 것이 두렵다. 홍성배 동해주재 취재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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