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동해시가 그런 느낌으로 다가오고 있다.한 도시에 대학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무슨 의미를 가질까?지난 91년부터 지역에 교육의 바람을 불어넣으며 동해시와 함께 생사고락을 같이했던 한중대학교가 폐교라는 ‘사형 선고’를 교육부로 받았다.20일간 행정예고를 갖은 뒤 청문회 절차도 거쳐 이달 내 당장 폐교된다.멀쩡히 학교를 다니던 1000여명의 학생들은 황당할 수 밖에 없다.인생의 경로를 이탈해 시간을 허비할 수 밖에 없는 구조에 직면했다.100여명의 교수와 교직원도 폐교 조치에 직장을 잃고 거리에 나앉게 생겼다.
대학이 폐교 위기를 맞기 전 이를 막기위한 기회도 있었다.14년간 임시이사(관선이사)가 발령 받아 부실한 학교의 경영을 개선할 수 있도록 했다.하지만 한중대는 이런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다.무엇보다 가장 큰 피해는 학생들이다.다니던 대학을 포기하고 다른 학교로 편·입학 해야하는 불편함을 감내해야 한다.지역의 학생은 타지역으로 옮겨 대학을 다녀야 해 경제적 부담도 안아야 하며 그보다 앞서 타 대학에서 먼저 학생들을 충분히 수용해 주느냐가 더 큰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
어렵게 정착시킨 대학이 폐교에 직면하면서 지역은 더 큰 위기에 봉착했다.무엇보다 젊은 학생들이 도시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 이번 한중대 폐교 사태의 가장 큰 손실이다.도내의 인구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고 초 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각 지역마다 젊은이들을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동해시의 인구는 지난 7월31일 기준 9만2847명으로 점점 줄어들고 있다.이를 줄이기 위해 시가 다양한 인구 유입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좀처럼 제대로 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있다.이런 와중에 26년동안 지역과 함께한 대학을 하루아침에 잃게 됐으니 대학의 학생수 만큼의 인구와 관련 산업,문화 등을 어떻게 늘려 갈지 고민이 아닐 수 없다.그야말로 산토끼를 잡으려다 집토끼마저 놓친 격이다.
이번 대학의 폐교사태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우선 대학 공동체를 이끌어가는 교수와 교직원 등 학교 내부에 있다는 것이 지역사회의 중론이다.공동체가 결집을 못하고 사분오열의 모습을 보이고있는 데다 위기에 처한 학교를 뒤로 한채 뿔뿔이 흩어진 것이 사태를 막장으로 몰아넣었다는 시각을 지울 수 없다.지역사회도 무한 공동책임을 져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대학이 더 깊이 뿌리내리고 성장할 수 있도록 관심과 우회적 지원이 더많이 뒤따랐어야 했는데 부족한 감이 없지 않다.
교육당국도 대학 폐쇄 이후 지역의 위기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 봤는지 묻고 싶다.뒤늦게 공립화 추진 범 시민대책위원회를 만들었으나 대학을 살리기에는 시간이 너무나 부족했다.이제 동해시에 새로운 대학을 설립하기는 영원히 어려울지 모른다.지역의 젊은 인재가 유출되고 타지역의 인재가 찾지 않는 도시.그것은 향기를 잃은 꽃일 것이다.문제는 소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못하는 현실이다.머지않아 인적의 한산함이 공포로 다가올 것이 두렵다. 홍성배 동해주재 취재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