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덕수   미소금융 춘천지점 대표   이덕수 연구소 소장
▲ 이덕수
미소금융 춘천지점 대표
이덕수 연구소 소장
금융이란 한마디로 이자를 받고 돈을 빌려주는 것을 말한다.이 일을 하는 금융기관은 처음에 중세말 이태리에서 무역업이 발전되면서 돈맡길데가 필요해서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결국은 대출업무를 추가하게 되면서 급속도로 발전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이처럼 대출은 금융의 기본이자 핵심이다.서민금융도 대출을 해주고 이자를 받고 또 그것이 지속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엄연히 금융의 일종이다.다만 서민금융은 은행과는 그 원리를 달리 한다.은행은 금리와 상품 등의 경쟁을 통해 효율성을 추구하다보니 더 발전하기도 하고 때로는 문을 닫기도 하는 등 소위 시장원리의 적용을 받는다.하지만 서민금융에는 시장원리보다는 형평성 또는 정의의 원리가 앞서 적용된다.금융기관의 성장이나 시장의 효율성보다는 수혜자의 자립,재활이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다.물론 일방적 시혜를 의미하는 복지와는 지속성을 전제로 한다는 면에서 또 다르다.

그래서 서민금융은 한마디로 어렵다.우선 초기에는 대출지원 위주로 운영되어야 하기에 외부로부터 자금공급이 지속되어야 한다.또한 서민금융기관은 사회적 가치,재분배,형평 등 정의에 부합하는 개념으로 무장하되 이 개념을 지속할 수 있어야 한다.금융의 대상자 역시 일방적 수혜를 받기만 하는 수동적 입장을 탈피해서 자립에 도달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의지를 갖춰야 한다.

사실상 이렇게 쉽지 않은 서민금융의 성공사례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찾아보기 힘들다.그 가운데 보기 드문 성공사례가 근대국가 형성기 때 독일에서 시작된 신용협동조합이다.19세기 중후반 독일은 유럽에서 산업혁명 후발국으로서 2차산업혁명에서 앞서나가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었는데 이 때문에 오히려 지방의 농민이나 도시의 소상공인은 더 살기 어려웠다.극심한 가난에 시달리던 이들은 당시 정부로부터 보호받기 어려웠을 뿐아니라 은행으로부터도 외면당한 결과 고리대금업자에게 수탈당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이 때 도시와 농촌에서 거의 동시에 스스로 살기 위한 자신들의 신협이 만들어졌다.그들은 우선 자금 마련은 스스로 했다.가난한 농부,소상공인들이 작은 돈이지만 십시일반 모은 것이다.이렇게 시작된 서민금융기관인 신협에서는 조합의 성격상 기관과 수혜자가 하나이므로 인간을 위한다는 서민금융의 정신이 오래도록 유지될 수 있었다.후에 대부분 조합원들은 가난을 벗어날 수 있었고 급기야 신협은 독일의 대표적 금융기관으로 성장하게 되어 오늘에 이르른다.여기서 중요한 점은 전세계 대부분의 조합 실패사례 속에서 어떻게 유독 독일의 신협이 성공,유지될 수 있었느냐 하는 것이다.그 해답을 중세 독일의 길드에서 찾아볼 수 있다.

중세 봉건사회는 초기에 왕,영주,기사,농노의 계급이 있었는데 10세기경부터 서서히 사람이 많아지면서 도시 상공업이 발전되자 도시 소상공인이라는 새로운 신분이 발생되었다.이들은 누구로부터도 보호받을 수 없었기에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뭉쳤고 금전을 걷어서 서로 구제했으며 엄청난 결속력을 유지했다.이 길드가 무려 800년 이상 존속되다가 종래에는 산업혁명에도 영향을 미치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그 강력한 결속,자립,자존의 정신은 지금도 독일의 신협이라는 금융기관과 더불어 살아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서민금융진흥원이 작년 12월 출범되었다.서민금융에 필요한 세가지 요소중 자금과 기관은 이미 조성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가장 중요한 나머지 하나는 수혜자의 정신일 것이다.이 시대,이 사회에서 서민금융 수혜자들의 자립,자활의 의지가 어떻게 해야 확고하게 자리잡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은 사회의 과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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