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스크바서 발표하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북아메리카 국장[연합뉴스 자료사진]
▲ 모스크바서 발표하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북아메리카 국장[연합뉴스 자료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을 앞두고 북한이 "핵무기는 협상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함에 따라 일단 한반도 정세는 팽팽한 평행선 국면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북아메리카 국장은 20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국제 핵 비확산' 회의에서 발표자로 나서 "미국이 핵을 가진 조선과 공존할 준비가 돼 있지 않은 한 조선의 핵무기는 협상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최 국장의 발언은 북한이 그간 견지해온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기는 하지만 이번 발언으로 완전한 북핵폐기 목표를 내세우는 한미일과, '비핵화 협상은 없다'는 북한 사이에 또다시 극명한 입장차가 확인됐다.

한미일은 이번 주 외교차관 회담과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을 잇따라 열며 완전한 북핵폐기 목표를 재확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이 이례적으로 한 달 넘게 핵·미사일 도발을 중단한 상황에서도 쉽사리 국면 전환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카티나 애덤스 미국 국무부 동아태 담당 대변인이 20일(현지시간) 최 국장의 발언에 대해 "북한의 핵무장을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보도한 것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21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최 국장의 발언은 최근 한미일 수석대표들이 만나 비핵화를 전제로 한 대화를 압박한 상황에 대한 대응적 성격"이라며 "북한이 대화를 거부했다고 보기는 어렵고 조건없는 대화를 하자는 뜻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조 연구위원은 "한미일도, 북한도 자기 얘기만 하고 이렇게 신뢰가 없을 때는 중재자가 필요하다"면서 "러시아가 중재에 나섰을 것이고 최 국장이 모스크바에서 러시아와 어떤 중재안을 얘기할지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핵무기는 협상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최 국장의 발언은 일각에서 나오는 '핵·미사일 동결' 협상에 대한 문을 완전히 닫아놓지 않은 것일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해 보인다.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탄도 미사일 시험발사와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쌍중단'을 주장하는 상황에서 중국·러시아가 움직일 수 있는 외교적 공간을 열어주기 위한 계산적 발언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올 수 있어 보인다.

특히 본토 도달 능력을 가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발언 진의에 관심을 보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그러나 최 국장의 발언이 핵과 미사일을 포괄적으로 지칭해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라는 해석이 현재로선 우세해 보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그간 북한 보도를 보더라도 북한은 핵과 미사일을 분리한 예가 거의 없다"면서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북핵 문제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큰 줄기를 본다면 비핵화를 거부한다는 북한 입장은 동일해 보인다"며 "북한이 전향적인 무언가를 도모하려 한다면 그런 뉘앙스를 보여야 하는데, 북한의 태도 변화는 아직 감지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만약 북한이 대화의 의지가 있다면 어떤 경로로든 이야기를 할 텐데, 겉으로 밝힌 입장과 달리 뒤에서는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며 북한이 모스크바 회의를 계기로 한 미국 전직 관료 등과의 만남에서 내 놓는 메시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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