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학균   가톨릭관동대 명예교수
▲ 선학균
가톨릭관동대 명예교수
전통미술의 주류를 이루는 그림인 한국화는 1981년 이전까지만 해도 ‘동양화(東洋畵)’라는 명칭으로 불리어 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일제 감정기인 1922년 고려서화협회가 발족되면서 일본인이 통치하던 조선총독부는 우리의 민족문화와 민족정신을 말살시키기 위해 ‘조선’이라는 나라는 서양의 반대편에 위치한 나라이므로 ‘동양화(東洋畵)’라는 공식명칭을 사용하도록 한 것이 효시가 된다.

같은 동양권인 순수 회화의 국가별 명칭을 돌아보면 중국은 국화(國畵),일본은 일본화(日本畵),북한은 조선화(朝鮮畵)라고 하여 그 가치를 자국의 이름을 붙여 매우 중요시 하고 있다.현재 우리나라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지폐에 내재된 ‘한국화’는 오랜 역사성과 정통성,그리고 내용성을 포함시킨 고유한 회화의 장르이다.대체로 한 나라의 지폐는 민족 특유의 주체적인 발현의 상징성을 지닌 표현의 브랜드(brand)로서 통용되고 있다.따라서 현재 우리나라 지폐는 크게 1000원권,5000원권,1만권,5만원권으로 구분,분리하여 널리 사용되고 있다.우리나라 지폐에 내재된 한국화의 내용과 그 위상을 구체적으로 조명해 보면 천원권 전면에는 이퇴계의 초상화,뒷면에는 한국화 진경산수를 극명하게 개척한 겸재 정선의 ‘계상정거도(溪上停居圖)’가 그려져 있다.이 그림은 물이 흐르는 언덕 위에 머물고 싶다는 의미의 산수화이다.

또한 5000권 전면에는 이율곡 선생의 초상화와 우리나라 여성의 대모이신 신사임당의 초충도(草蟲圖)가 그려져 있다.이 그림 역시 여성 특유의 섬세한 필치와 미려한 색채를 지닌면이 특징적으로 보여진다.1만원권 지폐 전면에는 한글을 창제하신 세종대왕 초상화와 함께 그 뒤에 배경에는 철선묘(鐵線描)로 연계시켜 표현한 우리 겨레의 순수 그림인 민화(民畵)작품으로 일월오봉도(日月五峰圖)가 그려져 있다.이 그림은 ‘권위의 상징’ 또는 ‘왕권의 상징’으로 널리 알려진 그림으로서 한국인의 해학과 지혜로움이 담겨져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또 5만원권 지폐 전면에는 이율곡 선생님의 모친이자 한국여성의 어머니로서 가장 추앙받는 인물인 신사임당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으며 그 뒷면에는 조선 후기 문인화가인 어몽룡(魚夢龍)의 월매도(月梅圖)(또는 묵매도(墨梅圖))인 문인화(文人畵)가 일회성의 원리를 적용한 일필휘지(一筆揮之)의 고품격 작품으로서 조선시대의 고일한 인격을 지닌 청렴결백한 선비정신을 떠올리게 한다.

따라서 앞으로 현재 쓰이고 있는 우리나라의 지폐는 향후 수십년 후에는 ‘유형문화유산’으로 남을 것으로 여겨진다.또한 우리나라 지폐사를 통해 한국화의 가치가 더욱 크게 상승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 바이다.이와같이 우리나라의 지폐를 통해 한국 미술의 우수성과 함께 민족혼,그리고 우리 민족의 정서가 저변에 깔려 있음을 파악,인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사료된다.아울러 한국화의 내재된 회화적인 조형언어와 어법은 ‘전통미술의 계승과 새로운 가치설정’에 의해서 글로벌(global) 시대에 한국화만이 지닌 독창적인 형상성(刑象性)을 뚜렷하게 형이상학적으로 도출시켜 한국 현대미술을 주도하는 사명감과 그 역할이 더욱 더 심화,확대 되어지기를 마음속 깊이 간절하게 기원하며 또한 기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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