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강릉 모정탑길
왕산면 대기리 노추산 계곡길에 위치
차옥순씨 26년간 3000여개 직접 쌓아
애틋한 사연 입소문타고 방문객 모여
입시철 시험대박 기원 발걸음 이어져

▲ 모정탑길의 3000개 돌탑길에 어머니 사랑 만큼 진한 단풍이 물들면서 황홀한 풍광을 연출하고 있다.
▲ 모정탑길의 3000개 돌탑길에 어머니 사랑 만큼 진한 단풍이 물들면서 황홀한 풍광을 연출하고 있다.
남한강 상류인 송천 강변에서 강릉과 정선 경계인 노추산으로 이어지는 계곡길 0.9㎞(왕복 1.8㎞)를 따라 무수히 많은 돌탑이 세워져 있다.아예 수 백개씩 무더기로 서 있는가 하면,계곡 산책로를 따라 양 옆으로 성을 쌓은 듯 빈틈없이 이어져 갯수를 헤아리는 것조차 엄두가 나지 않는다.

어머니는 꿈을 꾸었다.꿈에 나타난 산신령은 “깊은 산 골짜기에 돌탑 3000개를 쌓으면 가정이 편안해지고 가족들이 모두 건강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돌탑 3000개만 쌓으면 우환이 사라지고,집안이 모두 편안해진다고요?” 그때부터 어머니는 인적이 쉽게 미치지 못하는 깊은 산골을 찾아 돌탑 쌓는 일에 매달렸다.무려 26년 간,비가 오나 눈이 오나 어머니의 돌탑 쌓는 일은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탄생한 명소가 강릉 ‘노추산 모정탑(母情塔)길’이다.행정구역으로는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하늘 아래 첫 동네’로 꼽히는 왕산 배나드리에서 정선 아우라지로 이어지는 2차선 지방도 415호선을 타고 가다가 만날 수 있다.남한강 상류인 송천 강변에서 강릉과 정선 경계인 노추산으로 이어지는 계곡길 0.9㎞(왕복 1.8㎞)를 따라 무수히 많은 돌탑이 세워져 있다.아예 수 백개씩 무더기로 서 있는가 하면,계곡 산책로를 따라 양 옆으로 성을 쌓은 듯 빈틈없이 이어져 갯수를 헤아리는 것조차 엄두가 나지 않는다. 높이 1m에서부터 2m 이상 되는 것까지 크기도 다양하고, 둘레가 어른 2∼3명이 팔을 벌려 안아야 할 만큼 큰 돌탑도 있다.

이 불가사의한 돌탑군(群)은 가족을 사랑한 한 어머니가 26년 간 혼자 힘으로 쌓아 올린 기적의 산물이다.돌탑을 쌓은 주인공은 강릉에 살던 차옥순 여사(지난 2011년 별세).차 여사는 지난 1986년 부터 이곳 노추산 깊은 계곡에 터를 잡고 3000개 돌탑을 쌓는 일에 매달렸다.계곡의 가장 깊은 안쪽에 다다르면 차 여사가 돌탑을 쌓으면서 거처한 오막살이 움집을 만날 수 있다.예전에는 비닐과 나무판 등으로 얼기설기 엮어서 만든 움막이었는데,지금은 대기리 마을 주민들이 너와집 형태로 재현을 해놓고 있다.이 거처만 보아도 차 여사가 돌탑을 쌓는 동안 첩첩산중에서 얼마나 많은 고초를 감내했는지 실감할 수 있다.차 여사는 지난 2011년 66세를 일기로 숨을 거두면서 “3000개 돌탑을 모두 쌓았으니 훼손되지 않도록 잘 보존했으면 좋겠다”는 유지를 남겼다고 한다.

이렇듯 어머니의 가없는 사랑으로 탄생한 3000 돌탑길에 대기리 마을 주민들은 ‘모정탑길’ 이라는 이름을 헌사했다.이 모정탑길의 아름다운 풍광과 애틋한 스토리가 입소문을 타면서 전국에서 어머니의 기적을 보려는 방문객들이 강원도 산골 마을로 꾸역꾸역 모여들고 있다.매년 입시철이 다가오면 주말마다 송천 상류 강변 주차장에 빈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장사진이 펼쳐진다.

모정탑길을 품고 있는 노추산(해발 1322m)은 우리 역사에 이름을 떨친 두 천재와도 인연이 깊은 곳이기 때문에 요즘 같은 수능철이면 더욱 인기를 끈다.두 천재는 신라시대 대문장가 설총과 강릉이 낳은 조선의 대학자 율곡 이이 선생이다.두 천재가 이곳에서 공부해 마치 중국 노(魯)나라의 공자나 추(鄒)나라의 맹자 처럼 학문에 성공했다고 해 산 이름도 ‘노추산’으로 명명됐고,산 중턱에는 두분을 모신 사당 ‘이성대(二聖臺)’가 남아 있다.예로부터 벼슬,관운(官運)이 있는 산으로 통해 선비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것도 노추산에 이런 스토리가 있기 때문이다.지금 모정탑길 입구에는 율곡 선생이 노추산에서 수학할 당시 남긴 것으로 알려진 비석이 ‘율곡 선생 구도장원비’라는 이름으로 자랑스럽게 서 있다.

강릉시와 마을 주민들의 명소화 노력을 통해 모정탑길은 지금 돌탑체험장과 힐링캠핑장을 비롯 편의시설이 비교적 잘 갖춰져 있다.그리고 매년 가을,모정탑길은 어머니 사랑 만큼 진한 단풍이 계곡 전체를 황홀하게 물들인다.산림청은 지난해 노추산 모정탑을 생태·경관·정서적 보존가치가 큰 국가산림문화자산으로 지정했다. 최동열 dychoi@kado.net

◇주변 볼거리=노추산 모정탑길 주변에는 국내 최대 고랭지 채소 재배단지이면서 하늘아래 첫동네로 통하는 ‘구름 위의 땅∼왕산 안반데기’가 있고,강릉∼정선 415호선 지방도를 따라 배나드리,오장폭포 등이 분포해 있다.특히 노추산에서 발원한 오장폭포(정선군 북면 구절리)는 수직 높이 127m로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에 속한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