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헌   시인· 전 속초양양교육장
▲ 김종헌
시인· 전 속초양양교육장
지난 5일 한국문학계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스웨덴 한림원 쪽으로 눈과 귀를 크게 열어두고 있었다. 올해 노벨 문학상 후보로 케냐의 응구기 와 티옹오,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 캐나다의 마거릿 애트우드, 우리나라의 고은 시인을 유력후보로 손꼽았기 때문이다.그러나 지난 해 밥 딜런을 수상자로 선정했던 한림원은 올해도 일본계 영국 소설가 가즈오 이시구로를 파격적으로 결정하여 발표했다.영국의 도박사이트 래드브록스도, 문학전문가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후보였다. 노벨상 위원회는 “이시구로가 위대한 ‘감정적 힘’을 가진 소설을 통해 세계를 연결하는 우리의 환상적 감각 아래에 있는 심연을 발견했고, 제인 오스틴과 프란츠 카프카를 섞어 놓은 듯 하다. 여기에 마르셀 프로스트의 성향도 약간 가미돼 있다”며 독특한 미학 세계를 높이 샀다.

이시구로를 선정한 이유를 문학 전문가들은 ‘낡은 문법’을 버리고 ‘독특한 목소리와 방식’을 보여 주어야 한다는 노벨상 선정위원회의 메시지로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전 세계 문학인들의 가을잔치에서 또 다시 쓴 잔을 마신 우리나라의 문학계에서는 다양한 분석과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국내 문학계에는 당장 노벨상을 받아도 전혀 이상할 것 없는 훌륭한 작가들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전 세계문학잔치의 정상에 올라서지 못하는 이유를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이 분석하고 있다.

첫째, 부실한 번역의 문제를 들고 있다. 영어권과 불어권 번역만으로는 부족하고, 적어도 15개 나라에 우리 책이 소개 될 수 있는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견해이다. 60년대 이후 스웨덴인을 제외한 다른 나라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조사해 본 결과 수상시기에 즈음하여 평균 5권 정도가 스웨덴에서 출판되었다고 한다. 다양한 언어로 우리의 문학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번역가의 양성이 시급하다.둘째, 우리나라 국민들이 책을 많이 보지 않는 것도 이유 중의 하나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2015년 우리나라의 독서량은 192개 국가 중 166위에 불과하다.셋째, 출판사들의 해외시장 개척에 대한 치열한 노력이 필요하다.거기에 덧붙여 문학 후계자를 양성하는 교육 시스템과 프로그램이 국가적 차원에서 제고 되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한국문학의 수준은 높지만 ‘깊은 사유’가 부족한 것은 아닌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말한다.전문가들이 지적한 사항을 개선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필자는 결국 교육의 문제로 이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문학계에 널리 회자되는 이야기로 최승호 시인의 ‘아마존 수족관’을 텍스트로 출제된 문제를 시인에게 풀어보게 했더니 두 문제 모두 정답을 벗어났다고 한다. 그러한 정답 고르기만을 가르치는 문학교육에 대해 “모국어의 맛과 멋을 느껴야지, 시의 주제가 뭐냐 사조가 뭐냐 묻는 교육은 ‘가래침’ 같은 것이다” 라고 일침을 가한 최승호 시인의 말을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다양하고 깊이가 있는 사유를 기르기 위해 책을 읽고, 그 읽은 내용으르 다른 이들과 토론하고, 그리고 체계적인 글쓰기 교육이 연계되는 문학교육으로 변화되지 않는 한 노벨문학상은 여전히 다른 나라 사람의 잔치로 끝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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