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의호   철원주재 취재부국장
▲ 안의호
철원주재 취재부국장
몇 년전까지 가해의식 없이 남에게 무심코 사용하던 말인데 요즘엔 비수가 되어 내 가슴에 꽂히는 말이 있다.젊은 층에서 기성세대나 학교 선생을 지칭하며 주로 사용하는 은어인 ‘꼰대’라는 말이다.‘시대감각이 떨어지고 주제 넘음’을 뜻하는 ‘꼰대’라는 말이 나에게 적용되면 안 된다는 거부감 때문이다.그럼에도 젊은이들을 보면 눈에 거슬리는 모습이 너무 자주 띄는 것이 사실이다.‘요즘 젊은 것들’ 운운하며 혀를 차는 기성세대의 모습이 메소포타미아의 수메르 점토판에서도 발견되는 것을 보면 세대 갈등은 인류가 영원히 안고 가야 할 문제인 것 같다.정 눈에 거슬리면 차라리 외면하는 것이 나이 들어가는 사람이 터특해야 할 요령이 됐다.

이런 흐름을 깨고 철원지역의 원로들이 지역발전에 ‘늙은 말의 지혜(老馬之智)’를 보태겠다고 발벗고 나섰다.지역 어르신들이 중심이 돼 오는 11월 7일 출범을 앞두고 있는 철원미래전략기획위원회(이하 철원미래위)가 그것이다.지역 일각에선 철원미래위가 “시대에 뒤떨어지는 ‘꼰대’들의 옛노래나 부르는 모임이 될 것”이라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철원미래위가 발기문을 통해 제기한 문제에 대해서는 100% 공감하고 있다.

발기문에 따르면 철원군은 남북을 가르고 있는 군사분계선(DMZ) 철책 248㎞ 중 전체 30%에 해당하는 86㎞가 걸쳐 있는 말 그대로 전방접경지역이다.남방한계선 5∼20㎞범위 내에서 군사적 필요에 의해 민간인 통제선을 이중으로 쳐놓아 철원은 타지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생활불편을 감수하고 있다.강원도내 접경지역 군사규제 현황을 보면 철원군은 전체 면적 889.5㎢의 2.5배에 달하는 2224.1㎢가 규제지역으로 묶여 2.7배로 가장 심각한 규제지역인 인제군에 이어 이삼중 규제로 지역발전에 심각한 제약을 받아오고 있다.이런 가운데 서울·경기권과 연결되는 남서쪽의 주요도로도 포·연천 도계에서 급격히 좁혀지며 철원주민들의 상실감을 심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고효율의 선진국방운영체계 구축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국방개혁 기본계획’이 철원 주민들의 우려감을 키우고 있다.

철원미래위가 제시한 자료를 보면 일명 ‘국방개혁 2030’으로 불리는 개혁작업이 오는 2022년 완료될 경우 현재 3개 사단 3만6000명 규모의 병력이 주둔하고 있는 철원지역에서 2개사단 2만4000명의 병력이 빠져나간다.1개 사단이 연 800억원 정도의 지역경제 효과를 지니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오는 2022년부터는 병력감소로 인한 손실만 16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병력감축이 농촌 고령화와 겹쳐짐에 따라 군인자녀가 대부분인 지역학교 상당수가 폐교위험에 처하게 된다는 것.학교가 없어지면 귀농·귀촌에 따른 젊은층 유입도 불가능해진다.철원군에서도 이같은 문제의식에 따라 국방개혁 2030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 별도의 전담기구의 설치를 모색하는 등 대안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국방개혁이 국가적으로 추진하는 군사기밀에 해당돼 정보 공유 등 공개적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철원미래위가 행정을 보조해 독자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부분이다.

철원지역의 대표적인 ‘싱크탱크’를 목표로 출범하는 철원미래위에는 지역 원로뿐 아니라 젊은층 등 200여명이 참여해 지역 발전을 위한 지혜를 모을 예정이라고 한다.철원의 밝은 미래를 위해 기꺼이 ‘꼰대’가 되기로 한 ‘철원미래전략기획위원회’가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안의호 철원주재 취재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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