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한   강원도예총 회장
▲ 이재한
강원도예총 회장
올림픽 문화와 정신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리스 로마신화부터 그 역사가 거슬러 올라간다.신화 속에서 아폴론은 시와 음악,춤을 맡는 아홉 명의 뮤즈를 거느리는 태양신으로 빛과 예술을 다스렸다.안타까운 사랑으로 유명한 아폴론과 다프네의 이야기에서 월계관이 비롯되었고 그것이 고대 올림픽의 상징이 되어 현재에 이르렀다.물론 역사적으로는 전쟁을 피하기 위해 평화의 방편으로 시작되었으나,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이 신화가 올림픽의 배경이 되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세계를 하나로 단합시키는 상징과도 같은 올림픽,그 정신과 문화적 원동력은 이 신화 속에 숨어 있다.

지난 24일 고대 올림픽의 발상지인 그리스 올림피아 헤라신전에서는 태양광선을 이용해 성화가 채화되었다.올림픽의 정신이 담긴 성화채화 과정을 보면,신화가 어떻게 하나의 문화를 만들어냈는지,그 문화를 수세기동안 어떻게 이끌어 왔는지 경이롭다.

11월 1일부터는 우리나라 전국을 돌며 ‘모두를 빛나게 하는 불꽃(Let Everyone Shine)’이라는 슬로건으로 성화봉송 여정이 시작되는데 우리는 무엇을 보여주어야 할까? 2018 평창동계올림픽 성화봉송은 101일간 전국 주요도시 2018㎞를 돌아 평창에 도착한다.성화가 머무르는 각 지역에서는 ‘성화봉송 문화대축제’가 축하행사로 펼쳐지는데,지역의 특색과 다양한 문화를 담겠다는 것이 해당 지자체들의 계획이다.이 문화행사는 지역의 문화콘텐츠이자 올림픽의 문화유산으로 남기겠다는 포부들을 갖고 있지만,과연 그 계획이 제대로 실현될 것인지 우려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다.가까운 일례로 오는 11월 1일 있을 인천의 성화봉송 행사는 대중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는 것은 중요한 과제이나 과연 천년을 이어갈 문화콘텐츠가 남을 수 있을까?

다시 신화의 이야기로 넘어가보자.그리스 로마신화라는 강력한 스토리의 힘을 가진 올림픽과 성화봉송은 그 오랜 역사가 또 하나의 신화를 만들고 있다.4차 산업혁명이 도래한 지금,과거를 잇고 미래를 만들어 갈 우리만의 문화유산이 필요하다. 역사 속에서 우리의 정신과 혼이 담긴 문화예술을 발굴하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결합된 강력한 문화콘텐츠가 개발되어야 한다.또한 우리 모두가 그 문화예술을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올림픽과 같은 범인류적 문화를 만드는 길이다.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신화인 것이다.

필자는 예술단체에 소속된 일원으로서 예술도 이러한 신화를 써내려가는 정신이 필요한 때라고 본다.예술가들은 왜 배고프고 힘든 길을 걷는지 의문을 갖는 사람들도 있지만,그 길은 새로운 문화적 가치를 만들 뿐 아니라 역사적 사명과도 같은 것이다.자극적이고 즐길 수 있는 것들이 넘쳐나는 이 시대에도 순수예술이 지속되는 이유는 예술은 문화를 발전시키는 기반이고 우리는 문화적 가치를 개선시키면서 사회를 발전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지금의 가치 있는 예술이 먼 훗날 역사가 되고 국민들의 삶 속에 녹아나는 에너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세계인과 함께하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예술인들의 역할은 무엇인지 우리 모두 고민해야 하며 지역의 고유한 문화유산들이 성화와 함께 지역을 알리고 밝히는,그래서 전 지구촌 가족들에게 깊이 각인되고 공유하는 문화자산으로 거듭날 수 있어야 한다.무엇보다 이 성화 대열에 많은 지역주민들이 함께하여 모두가 성화주자가 되는 감동의 문화 스펙트럼이 펼쳐지기를 성원하고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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