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지고 있다.북쪽부터 물들기 시작한 단풍은 거침없이 남쪽으로 향하고 있다.시월의 마지막 날의 강원도는 이미 만추(晩秋)다.가을이 저물고 있는 것이다.이를 증명하듯 어제(30일)는 철원지역 수은주가 영하 4.5도까지 떨어졌다.올들어 가장 추운 날씨다.오늘은 더 춥다는 예보다.이미 서리가 내렸고,얼음도 얼었다.가을은 깊어가고 겨울이 다가오고 있음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저물어가는 가을,문득 가을이 깊어진다고 한 까닭이 궁금해졌다.봄이나 여름,겨울을 두고 깊어진다고 하지 않는다.오히려 봄은 완연한 봄을 느낄 때 비로서 봄다운 것을 느낄 수 있다.뜨거운 여름은 푸른 바다와 시원한 계곡이 대비돼야 여름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다.혹한의 겨울은 따뜻한 봄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느낄 때 겨울의 절정을 실감할 수 있다.가을이 깊어진다는 것은 아마도 결실의 계절이기 때문이리라.

또한 가을이 깊어갈수록 인생의 가을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인생의 가을은 소생하는 어린시절과 푸르른 청년시절을 보낸 흘러간 시간을 아쉬워하는 중·장년이다.그 때가 되면 그간의 삶의 여정이 얼굴에 나타나는 시기가 된다.그래서 ‘자기 얼굴에 책임져야 한다’는 얘기에 귀를 기울이게 되고,‘나이가 들수록 말을 줄이고 지갑을 열라’는 우스개 소리에도 고개를 끄떡이는 모양이다.

이순신 장군은 “바다에 가을이 저무니 기러기 떼 높이 날아가네/밤새 시름으로 뒤척이니 새벽달이 활과 칼에 어려라”고 했다.전장의 장수가 저무는 가을을 대하는 심정이 이러했으리라 짐작해 본다.윤동주 시인은 그의 유고집에 실려있는 ‘별 헤는 밤’을 통해 가을이 주는 고적감을 감추지 않았다.“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가슴 속에 하나둘 새겨지는 별을/이제 다 못 헤는 것은/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하략)” 시인은 가을 밤 하늘의 별을 헤아리며 숱한 추억을 떠올린다.

오늘이 이용의 잊혀진 계절로 유명해진 시월의 마지막 날이다.오늘은 시월의 마지막 밤하늘에 뜬 별을 헤아리며 추억의 조각들을 맞춰 봐야겠다.

천남수 사회조사연구소장 chonns@kado.net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