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끄·탱고·루비·밥… 우리를 웃고 울리는 고양이 이야기
고양이 주인공 에세이 서점가 돌풍
유기묘에서 인기스타로 ‘묘생역전’
사람과 교감·위로 나누는 모습 뭉클

▲ 사진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고로 나는 존재하는 고양이>,<내 어깨 위 고양이,Bob>,<고양이처럼 아님 말고>,<히끄네 집>,<퇴근 후 고양이랑 한잔>,<어쩌지,고양이라서 할 일이 너무 많은데>
▲ 사진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고로 나는 존재하는 고양이>,<내 어깨 위 고양이,Bob>,<고양이처럼 아님 말고>,<히끄네 집>,<퇴근 후 고양이랑 한잔>,<어쩌지,고양이라서 할 일이 너무 많은데>
고양이가 출판계를 뒤흔들고 있다.올해 출판계 핫 키워드를 꼽으면 단연 ‘고양이’ 일 것이다.도도하면서도 반려인의 마음을 위로해주는 고양이의 매력에 빠진 이들이 늘면서 관련 서적도 덩달아 인기를 얻고 있다.고양이와 함께 사는 이야기,고양이의 매력을 전하는 책들을 소개한다.

히끄네 집

고양이계의 ‘우주 대스타’로 통하는 제주도 고양이 히끄.제주 시골마을을 배회하던 길고양이 히끄와 아부지가 가족이 돼 함께한 3년간의 기록을 책에 담았다.제주 서귀포 오조리 시골마을에 나타난 흰 고양이 한 마리.바짝 말라 갈비뼈가 드러나고,피부병에 탈모까지 있는 불품 없는 모습의 고양이를 지켜보던 저자는 밥을 챙겨주며 지켜보기 시작했다.넉살과 애교로 마음을 사로잡은 고양이는 저자가 일하는 게스트하우스 식객으로 지내기 시작했다.희끄무레해서 히끄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 고양이 히끄와 여성이지만 엄마라는 이름은 너무 소중하니까 히끄의 진짜 엄마를 위해 남겨두고 ‘아부지’가 되겠다고 선언한 히끄 아부지가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온다.꿈 없이 하루하루 살았고 동물에겐 관심도 없었던 아부지가 히끄를 돌보며 생명의 무게를 깨닫고,책임감 있는 어른으로 성장해가는 에피소드도 뭉클하다.

고로 나는 존재하는 고양이

냉철한 시선으로 사회를 꿰뚫어보는 인문학자 진중권.뾰족뾰족 날카로움을 자랑하며 ‘모두까기 인형’으로 불리던 그는 2013년 비 오는 어느 날 ‘냥줍’ 이후 새사람 ‘진 집사’로 거듭나기에 이른다.그의 반려묘 ‘루비’의 이름은 저자가 존경하는 철학자 루트비히 요제프 요한 비트겐슈타인에서 따왔다.루비는 고독한 학문의 길에 친구이자 영혼의 동반자인 유일한 존재다.책은 낡은 인간중심주의 집사 문화를 버리고 새롭게 ‘고양이중심주의’를 뿌리내리기 위해 루비가 구술하고 진중권이 받아 적어 펴냈다.고양이의 창세기부터 현대,동서양을 아우르며 고양이에 관한 역사,문학,철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담겼다.

어쩌지, 고양이라서 할 일이 너무 많은데

천방지축 아깽이였던 고양이부터 이제는 동네 터줏대감이 된 고양이까지,천방지축 고양이 대가족의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상을 담았다.마당고양이로 지내며 사계절을 만끽하는 고양이들에겐 사실 인간이 모르는 비밀이 있다.마냥 느긋하게 마음 편히 뒹굴거리는 것 같지만,냥이들은 매일매일 고양이만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알고 보면 할 일이 너무 많은 오묘한 묘생과 기묘한 인생의 알콩달콩 성장기는 귀엽고,유쾌하고,때로 뭉클하다.‘고양이가 와서 인생이 달라졌다’는 작가의 따뜻한 글,결정적 순간을 기적적으로 포착한 귀여움 끝판왕의 사진들이 고양이다운 게 뭔지 제대로 보여준다.

퇴근 후 고양이랑 한잔

새벽 출근,야근,주말 특근으로 점철된 대한민국 대표 30대 직장인 진고로호 씨.바쁘게 지나가는 시간 속에서 ‘누군가 이런 나를 좀 위로해줬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고양이 타령을 했더니 어느 순간 고양이 다섯 마리의 집사가 돼 있었다.“다녀왔습니다”라며 퇴근 후 현관문을 여는 순간 우르르 쏟아져 나와 몸을 비벼대는 사랑스러운 존재들에게 마음을 빼앗겨,퇴근 후 맥주 한잔과 함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바라보는 것이 그의 낙.그러던 어느 날 문득 장염에 걸려 주관적인 진단으로 ‘사경’을 헤매고 있을 때,이대로 죽는다면 아쉬운 것이 무엇일까 하는 고민을 한다.이윽고 더 많이 고양이를 사랑하고,더 많이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소망 두 가지가 있음을 깨닫고 일상의 기록을 남기기로 한다.‘퇴근 후 고양이랑 한잔’은 격무에 지친 저자가 매일 저녁 고양이들에게 위로받고 배워나가는 이야기를 풍성한 그림과 함께 담은 책이다.

내 어깨 위 고양이,Bob

저자는 흔히들 ‘밑바닥 인생’이라 부르는 노숙자 출신이다.길거리에서 먹고 자며 마약을 사기 위해서라면 도둑질까지 서슴지 않았던 그가 인생역전에 성공하게 된 것은,어느 날 우연히 상처 입은 길고양이 한 마리를 만나면서부터다.책은 소외받던 두 존재가 운명처럼 만나 서로를 치유해 나가는 과정을 그린다.상처,치유,우정,사랑,웃음,눈물,그리고 감동이 녹아 있는 이야기다.영국 더 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으며,저자는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베스트셀러 저자 중 하나가 됐다.마약도 끊고 새 삶을 살고 있는 그는,블루크로스 라는 이동식 동물병원의 운영기금을 마련하는 데 앞장서는 사회운동가로서의 삶을 시작해 또 다른 감동을 주고 있다.

고양이처럼 아님 말고

하기 싫은 건 안 한다,하고 싶은 건 꼭 한다.고양이가 사는 법 중에는 인간이 배워야 할 것들이 꽤 있다.다혈질 고양이 탱고와 집사 남씨가 응원과 위로의 말을 건넨다.지금 내가 제대로 살고 있는 건가 의심스러운가? 며칠 전에 누군가가 한 말 때문에 아직도 신경 쓰는 중인가? 멈춰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그만두지 못한 채 고민만 하고 있나? 이런저런 고민에 휩싸인 사람들에게 탱고와 남씨의 이야기는 효과가 있다.고양이들은 결코 서두르는 법 없이 한결같이 대충인 태도로 삶을 살아간다.하지만 그렇게 한결같이 대충인 태도로도 고양이들은 자신이 맡은 일을 규칙적으로 그리고 충실히 해낸다.또 우리가 차마 입 밖으로 낼 수 없는 마음의 소리를 대변한다.

안영옥 okisoul@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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