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시다.역사다.영혼을 깨우는 울림이다.많은 사람들이 자유와 무소유를 노래하며 길 위의 삶을 산다.1987년,유럽연합은 ‘산티아고 가는 길’을 유럽의 첫 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그 후로 이 길은 ‘순례자의 길’로 명명되며 세계인을 불러모았다.그 길에서 사람들은 또 하나의 길,마음의 길을 놓으며 서로를 위로하고 위로받는다.사람과 사람사이에 가르마처럼 뻗은 길을 내고 삶과 죽음,사랑을 이야기한다.

길은 걷는 자의 몫,그러니 길 위에 선 사람들은 자유롭다.명상과 참선의 세계에 몰입하기도 하고,무념무상에 젖기도 한다.강원도의 길은 그렇게 뻗어간다.오대산 전나무숲과 고성 건봉사 불이문(不二門) 길은 해탈의 길이요, 정선 정암사 길은 역사와 전설의 길이다.단종이 걷던 영월 군등치는 한과 아픔이 서린 회한의 길.그 길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내면으로 이어지는 소통의 길을 닦는다.길을 걸으며 자신과 소통하고 세상과 만나는 것이다.그게 길의 속성이다.

한걸음 한걸음,대한민국을 발견하라!만남의 걸음,치유의 걸음,상생의 걸음,평화의 걸음을 이어 4500㎞ 행복의 길을 만든다!정부와 지자체,민간추진협의회가 한반도 동·서·남해안과 DMZ 접경지역을 아우르는 초장거리 걷기 여행길을 만든다.코리아 둘레길이다.이미 DMZ 평화누리길과 동해안 해파랑길은 국내외 관광객이 몰릴 정도로 인기가 높다.이 길이 오늘(3일) 브랜드 선포식을 통해 세상과 만난다.‘만남·치유·상생·평화’가 이 길의 가치.2019년 ‘코리아 둘레길’이 완성되면 무수히 많은 이야기가 쏟아질 것이다.설레고 기대된다.

그러나 ‘코리아 둘레길’은 외곽길.바깥으로 돌뿐 안으로 이어지지 않는다.안과 밖이 겉돌면 ‘상생의 끈’은 그 만큼 느슨해질 수밖에.안으로 이어져 함께 어우러지는 길이 필요하다.산소길 강원3000리 사업을 펼쳤던 강원도의 분발이 요구된다.춘천 실레이야기길,강릉 솔바람길,동해 망상약촌길,태백 해바라기길,속초 화랑도 순례길에서 어떤 문화가 생성되고 있는지도 궁금하다.길 소식이 뜸했던 요즘,원주시가 총 연장 120㎞에 이르는 치악산 둘레길을 만든다고 밝혔다.50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조성하는 이 길은 장애물이 없는 ‘무장애’를 천명한다.모처럼 반가운 소식이다.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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