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전통의 오락이자 취미를 꼽으라면 아마도 바둑이 아닐까.바둑은 단순한 소일거리의 수단만은 아니다.바둑을 작은 우주라고도 하고 인생의 축소판이라고도 한다.한 판의 바둑에는 심오한 이치와 의미가 담겨 있다.흔히 바둑을 신선놀음으로 비유하기도 한다.그만큼 유유자적(悠悠自適)하는 마음이 없으면 즐기기 어렵다는 것이리라.이것이야말로 바둑이 다른 게임이나 오락과 가장 다른 점이다.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는 말이 있다.물론 바둑을 두고 한 말이다.중국 양(梁)나라 때 임방(任肪)이라는 사람이 지은 ‘술이기(術異記)’에 그 사연이 전한다. 진(晉)나라 때 왕질(王質)이라는 사람이 산에 나무하러 갔다가 동자들이 두는 바둑구경을 하고 놀았는데 일어서야겠다 싶어 도끼를 찾았더니 그 자루가 썩어있었다.서둘러 마을로 내려와 보니 그곳에 자신의 7대손이 살고 있더란 얘기다.

그만큼 시름을 잊고 빠져들 수 있는 것이 바로 바둑일 것이다.시대가 변하면서 바둑을 찾지 않아도 다양한 오락과 즐길 거리가 넘쳐나는 세상이다.각종 놀이시설과 스마트기기가 대중화되면서 바둑에 대한 관심이 예전 같지 않다고도 한다.그러나 바둑만이 지닌 특별한 가치와 의미는 오히려 더 부각되고 있다.세상이 빠른 속도로 변하지만 바둑의 원리와 그 속에 담긴 지혜는 결코 변할 수 없는 것이다.

바둑은 남녀노소가 따로 없다.대국이 끝나면 우열이 드러나지만 승패를 초월한 의미를 나눈다.북송의 문장가 소식(蘇軾·1036~1101)의 ‘관기(觀棋·바둑을 관전하며)’라는 시에 “바둑은 이기면 물론 기쁘지만 져도 역시 즐겁다(勝固欣然 敗亦可喜)”라는 대목이 나온다.이긴 사람이 독식하고 패자는 실의에 빠지는 것과는 다르다.대국자는 복기(復棋)를 통해 전 과정을 되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을 공유한다.

엊그제 속초에서는 강원도민일보가 주최한 제16회 강원학생바둑최강전이 열렸다.강원 도내 초·중·고 바둑꿈나무 300여명이 참가 열전을 벌였다.속도와 경쟁의 시대,스마트기기가 범람하는 시대다.자칫 어린 학생들이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고 길을 잃기 쉽다.바둑은 공존의 정신을 배우고 생각의 힘을 키우는데 더 없이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바둑 삼매에 빠진 학생들을 통해 밝은 미래를 예감한다.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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