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병일   연세대 원주의과대 교수
▲ 예병일
연세대 원주의과대 교수
평창올림픽이 100일도 채 남지 않았다. 2010년과 2014년 동계올림픽을 신청했으나 1차 투표에서 1위를 하고도 밴쿠버와 소치에게 아슬아슬하게 개최권을 넘겨 주었던 경험이 있었기에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결정된 것은 평창과 강원도에 큰 기쁨이었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나는 동안 나름대로 개최 준비를 잘 해 오기는 했으나 30년 전 서울올림픽 때 올림픽만 끝나면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도약할 것이라는 희망이 넘쳐흘렀던 것과는 달리 평창올림픽은 개최후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당시는 대통령의 최대관심사가 올림픽이 아닌가 할 정도로 말끝마다 ‘88올림픽’을 달고 다녔고,서울에서 열리는 일은 서울시가 아니라 국가대사임을 보여 주기라도 하듯이 나라의 많은 일이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벌어지는 분위기였다.그러나 평창올림픽은 대통령 측근의 비리에 의해 조직위원장이 바뀌기도 하는 등 뉴스에서 올림픽보다 훨씬 흥미로운 이야기를 쏟아내는 가운데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개최를 앞두고 있다.

평창올림픽을 위해 건설되고 있는 철도는 수도권에서 강원도까지 운송시간을 크게 앞당겨줄 것이다.그러나 올림픽 개최에 도움이 되는 점을 제외하면 과연 이 철도가 강원도와 우리나라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될 것인지는 의문이다.서울에서 원주까지의 거리는 런던에서 옥스퍼드까지의 거리와 비슷하고,서울과 원주는 각각 런던과 옥스퍼드보다 더 크고 인구도 더 많다.런던에서 옥스퍼드까지는 전철도 없고,고속철도도 건설되어 있지 않지만 서울에서 원주를 오가는 기차와 버스의 승객보다 런던과 옥스퍼드를 오가는 기차와 버스의 승객보다 많으니 올림픽 이후 원주와 강원도에 다른 변화가 생기지 않는다면 여주까지 오는 수도권 전철이 원주까지 연결되고,평창올림픽을 앞두고 건설되는 철도가 과연 원주와 강원도 발전을 위해 제 구실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미국(선진국)에서는 “50년 앞을 내다보고 도로를 건설하는데 우리나라는 (도로사정의 시급함이) 코앞에 닥쳐야 도로를 건설한다”는 이런 이야기를 10대 시절에 들으며 ‘우리나라는 왜 미리 미래를 대비하며 사회간접자본(Social Overload Capital, SOC)을 건설하지 않을까?’하는 의문을 가졌지만 30대에 미국 유학을 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50년 후에 사용할 도로를 미리 건설하는 것은 예측실패에 의한 투자낭비일 뿐이다.50년이 아니라 5년 앞만 내다보고 도로를 건설해도 충분하고도 남는다.”

도로와 고속철도는 물론 올림픽을 뜨겁게 달구어 줄 경기장까지 강원도에는 새로운 시설이 많이 들어서겠지만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애물단지가 될 뿐이다.1960년 동계올림픽이 개최된 미국 스퀘밸리(Squaw Valley)는 원래 사람이 살고 있지 않는 지역이었지만 올림픽 후에 캘리포니아의 명물 리조트로 재탄생했듯이 지금이라도 올림픽이 남겨 줄 유산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 머리를 맞대로 아이디어를 짜내야 할 것이다.대한민국 인구의 30분의 1도 안 되지만 휴가철에 찾아오는 방문객은 아주 많은 강원도에서 뭔가 새로운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경기장은 물론이고 고속철도까지 올림픽의 유산이 아니라 흔적으로만 남게 될 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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